대답없는 北… 설 이산상봉 물 건너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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柳통일 “北 호응해도 이젠 불가능”… 상당기간 상봉행사 실현 어려울듯

정부가 올해 초 제안한 설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사실상 무산됐다. 이를 계기로 한 정부의 남북 관계 개선 구상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북한에서 아직 답이 없다. 북한에서 호응이 오더라도 물리적으로 (행사는) 설이 지나야 가능하다”며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설이 끝나면 이달 마지막 주이고 다음 달부터는 북한이 중단을 요구해 온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시작된다. 따라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상당 기간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계속 대화의 전제조건을 걸면서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상황이 매우 안 좋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정교한 전략과 로드맵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대화 의지가 없고 한국은 유연성이 부족하다. 실질적인 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화 제의를 북한이 거부하더라도 북한이 대화에 나오도록 계속 정부의 대화 의지를 보여주는 일관된 대북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전문가는 “오랫동안 중단된 비료, 밀가루, 옥수수 지원 등 대북 인도적 지원의 범위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대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창희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외통위 회의에서 “5·24조치 해제를 매개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관련 대화를 하자고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이 물밑대화를 해야 서로 어디까지 얻어내고 양보할 수 있는지 접점을 찾을 수 있다”며 “지금처럼 말로만 주고받으면 남북 모두 진전된 접근법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남북 대화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만큼 북한에 ‘남북 상호 대북 특사 파견’을 제안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국의 책임 있는 당국자가 북한을 방문해 대화의 진정성을 설명하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류 장관은 이날 외통위 회의에서 “4월 대구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인 세계 물 포럼에 북한 관계자를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단지 초청만 하지 말고 북측을 어떻게 대화로 끌어들일지 전략적 접근방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설#이산상복#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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