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에게 약물투약 책임 떠넘기는 병원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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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에 남성호르몬치료 알렸다” 주장
“금지약물 몰랐다” 해명 설득력 약해

박태환(26·사진)에게 금지약물이 포함된 네비도(NEBIDO) 주사제를 투약한 T병원 김모 원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으로 모든 책임을 박태환에게만 떠넘기고 있다. 검찰에 의해 이번 주말경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될 처지에 놓인 김 원장은 당초 검찰 조사에서 네비도 주사를 놓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금지약물인지 모르고 투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병원의 안티에이징(노화방지) 프로그램을 받는 사람에게는 남성호르몬 치료를 받는다고 알려준다. 박태환에게도 마찬가지였다”고 주장했다. 박태환에게 책임이 있다는 의미다.

○ 병원장의 책임전가

김 원장이 주장한 남성호르몬 치료제에는 박태환의 도핑 검사에서 나온 테스토스테론이 주요 성분으로 반드시 포함돼 있다. 따라서 김 원장이 금지약물인지 몰랐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준섭 전 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서울제이에스병원장)는 “남성호르몬은 영어로 테스토스테론이다. 의사라면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박태환은 주사를 맞기 전 김 원장에게 “나는 도핑 검사를 자주 받는다. 남성호르몬이 문제없느냐”고 분명히 말했다. 이 부분은 김 원장도 인정했다. 세계반도핑규약에 따르면 환자가 운동선수임을 의사에게 알렸을 경우 처방할 약품이 금지약물인지 확인하고 이를 환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만약 의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금지약물을 처방한 경우에는 민형사상 책임을 당할 수 있다.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하는 운동선수 처방 매뉴얼에도 ‘의사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 접속해 약품에 대해 검색 후 처방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김 원장은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 원장은 “박태환의 누나가 지난해 11월 병원을 찾아 ‘이 남성호르몬 정말 아무 문제없는 겁니까? 운동하는 애들 맞아도 돼요?’라고 물어 ‘전혀 문제없다. 우리 회원들도 다 맞고 운동하고 골프도 친다’고 대답해줬다”고 밝혔다. 이 병원의 회원들은 일반인이 대부분이다. 결국 노화방지와 재활 전문 병원의 전문의인 김 원장이 박태환의 치료를 일반인 치료 기준에 맞춰서 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 박태환도 책임은 있다

도핑 검사에 가장 민감해야 할 운동선수이면서 남성호르몬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T병원을 스스로 찾아갔다는 것에 대해 박태환도 할 말은 없다. 한 재활의학 전문의는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도 고쳐 쓰지 않아야 하는데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병원에 간 것 자체가 문제다”고 지적했다. 송 전 주치의는 “세계적인 선수라면 특정 병원에서 처방한 주사약에 대해 당연히 다른 전문가에게도 금지약물 여부를 물어봤어야 한다. 그럼 단박에 금지약물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듯이 이번 사태의 더 큰 책임은 김 원장에게 있다. 따라서 김 원장의 주장대로 박태환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수영계를 포함한 체육계의 반응이다. 또 27일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를 앞두고 검찰 수사와는 다르게 여론재판식으로 박태환의 잘못을 일방적으로 단죄하는 것 또한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KADA의 관계자는 “지금 아무리 떠들어 봤자 오히려 박태환에게 불리하다”고 말했다. FINA가 국내 언론에 나온 내용을 모두 체크하며 자료를 축적하고 있는데 박태환에게 불리한 일방적인 주장은 ‘박태환을 죽이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박태환#약물#병원장네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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