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론스타 때리며 뒤로 검은돈 챙긴 ‘시민단체’의 민낯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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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은 ‘먹튀’ 논란을 빚은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론스타 측으로부터 8억 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공동대표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외환카드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2004년 이 단체 설립을 주도한 장 씨가 앞에선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를 강도 높게 비난했고, 뒤에서는 2011년 사법 처리된 론스타코리아 대표를 비난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써 주고 거액을 챙겼다니 충격적이다. 검찰은 그가 ‘검은돈’을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아들의 유학 비용과 주식 투자 등에 쓴 것으로 본다.

장 씨는 노조운동을 경력 삼아 1999년 민주노동당 창당 발기인으로, 2001년 민노당 국회의원 후보로 나섰고 ‘자본 감시’ 시민운동가로 알려진 작년 1월에는 안철수 의원이 주도한 새정치추진위원회에서 전문가 출신 추진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도덕성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노조와 시민단체 활동을 돈벌이와 출세 수단으로 이용한 셈이다.

시민단체라는 이름의 비정부기구(NGO)가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모습으로 사회적 신뢰를 떨어뜨린 사례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국내 환경운동의 대부(代父) 격인 최열 전 환경운동연합 대표는 부동산 개발 업체에서 사업 관련 청탁과 함께 1억3000만 원을 받았다가 2013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과 추징금 1억3000만 원의 형이 확정됐다. ‘한국 대기업 때리기’로 재계에서 영향력이 컸던 참여연대는 2006년 ‘후원의 밤’ 행사를 열면서 850개 상장기업과, 기업인 등 3500명에게 후원 약정서가 담긴 초청장을 보내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참여연대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향력이 컸던 아름다운 재단은 2000년 창립 이후 11년간 928억 원이라는 막대한 기부금을 거둬들여 논란이 됐다. 재단 측에선 “아무 문제 없다”지만 기업들의 기부금이 참여연대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보험금’ 성격이 짙다는 것은 재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장 씨가 체포되자 파면해 연(緣)을 끊었으나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적 일탈’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자신들만 옳다고 믿는 시민사회단체의 위선과 이중 잣대, 특권 의식을 뿌리 뽑아야 시민운동이 건강해질 수 있다.
#론스타#시민단체#뒷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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