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박지영]선생님이 즐거워야 아이들이 행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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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박지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영국 런던에서 유학할 당시 나는 동네 공립 어린이집에 큰아이를 보냈다. 3세반 정원이 24명이었는데 돌보는 교사가 네 명이나 됐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블록놀이를 하거나 마당에 나가서 자전거를 타고 놀았다. 교사들은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그 자리로 오는 아이들이 맘껏 놀도록 해 주었다. 언제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교사들은 아이들과 친구처럼 장난치고 대화했다. 나중에 들어 보니 교사를 채용할 때 인성을 비중 있게 감안한다고 했다.

2년 전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두 살배기 작은 아이를 어디에 맡기느냐였다. 말도 못 하는 어린아이를 믿고 맡길 만한 곳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내가 사는 지역의 국공립 어린이집 두 곳을 둘러보고는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그림의 떡이었다. 우리 아이의 입소 대기 순번은 120번, 국공립 어린이집에 들어갈 확률은 0에 가까웠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건 정말 고단하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시스템도 잘 갖춰지고 교육환경도 쾌적한 반면 사설 어린이집은 그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교사의 자질 역시 선뜻 믿음이 가지 않는다. 평이 별로 좋지 못한 곳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보내야 하는 엄마들은 행여 우리 아이가 이유 없이 벌을 서지 않을까, 무서운 분위기에서 눈치를 보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이번에 터진 어린이집 폭행 사건으로 엄마들의 불안감은 적정 수위를 넘어섰다. 다른 어딘가에서 지금도 우리 아이들이 똑같이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엄마들은 아이를 맡기는 게 더욱 불안해진다.

그러니 뒤늦게 전국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보육교사 폭력 방지 교육을 한다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다. 과연 CCTV를 설치한다고, 사전 예방 교육을 강화한다고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겠는가?

나는 이참에 보육교사들의 삶의 질도 생각해 보라고 요청하고 싶다. 아이가 허공으로 날아가도록 때린 교사는 변명의 여지가 없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일이 문제 교사 한 사람 탓일까’라고 근본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십수 명의 아이를 혼자서 돌보는 보육교사의 삶이 즐겁거나 행복할 리 없다. 아이를 키워 본 엄마는 다들 알 것이다. 육아가 얼마나 고된 노동인지를. 하루 종일 아이 둘을 돌보다 보면 나 또한 이유 없이 화를 내곤 한다. 아이를 돌보느니 밭에 나가 김을 매겠다는 우리 속담이 틀린 것이 아니다.

교사 한 사람이 십수 명의 아이를 돌보는 이 열악한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우리라고 그런 환경을 못 만들 리 없다. 각 가정에 보육수당을 주는 것보다 차라리 그 돈으로 하드웨어를 확충하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 믿고 맡길 만한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고 사설 어린이집의 열악한 보육 환경을 개선해 줘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보육수당 10만 원을 받지 않아도 행복할 것 같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모든 엄마의 꿈은 소박할 것이다. 아이가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교사와 따뜻한 교감을 하는 즐거운 어린이집 말이다. 국가적 논란이 되고 있는 이번 폭행 사건을 계기로 보육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하기를 바란다.

박지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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