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美 충돌은 사이버전쟁 대비 서두르라는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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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를 놓고 미국과 북한이 충돌하고 있는 와중에 어제 새벽 북한의 거의 모든 인터넷이 일제히 다운됐다가 10시간 만에 복구되는 일이 발생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인터뷰’ 제작사인 소니픽처스를 해킹한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북한의 공격에 비례해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미루어 미국 정부 또는 민간 해커들의 보복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언론의 추정대로 중국이 대북(對北)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했을 수도 있다. 결말을 지켜봐야겠지만 북-미의 사이버 충돌은 새로운 양상의 대결이다.

북한은 오바마의 발언에 발끈해 미국 본토 전체를 겨냥해 초강경 대응전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북은 사이버전(戰)에선 미국과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 강국이다. 미국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KEI)는 이달 초 ‘북한의 해킹과 사이버전쟁’ 토론회에서 “김정은이 사이버전쟁은 핵, 미사일과 함께 북한군의 무자비한 타격 능력을 담보하는 만능의 보검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정책적으로 사이버전 인력을 양성해 6000여 명의 해커 인력을 보유한 북한에 비해 우리의 사이버 안보는 열악하다. 한국군의 사이버 인력은 600여 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작년 ‘3·20 사이버테러’ 때처럼 사이버 위기 상황이 닥칠 때마다 ‘사이버 안심국가’ 등 허울뿐인 대책을 내놓는 것에 급급해서는 북한을 따라잡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한국수력원자력의 자료 유출 사건과 관련해 “국가안보 차원에서 있어서는 안 될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사이버 공간은 제5의 전장이라고 할 정도로 새로운 테러의 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세계는 총성 없는 사이버전쟁을 벌이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최근 러시아를 겨냥해 에스토니아 동부 도시 타르투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사이버전쟁 훈련을 했다. 미국과 중국은 사이버 침투를 놓고 여러 차례 공방을 벌였다. 이번 사건을 원전뿐 아니라 국가 핵심시설 전반에 대한 사이버테러에 철저히 대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수원 해킹이 북의 소행이라면 미국처럼 몇 배로 응징할 수 있는 사이버전 능력을 서둘러 키워야 할 것이다.
#김정은#인터뷰#사이버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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