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판 도가니’에 세금 계속 지원할 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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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원생 폭행-보조금 횡령한 ‘인강원’, 폐쇄 조치에 저항
남은 59명 다른 곳 옮기기 쉽지않아
인강원측은 소송 등으로 시간 끌어… 市 “2015년에도 수십억 줄수밖에…”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인 서울 도봉구 인강원은 올 3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지적장애인 폭행, 경영진의 보조금 횡령 및 배임 건으로 적발됐지만 올해만 이미 10억 원이 넘는 서울시의 보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의 행정조치가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에도 수십억 원의 세금이 부실 시설에 지급될 판이다.

올해 인강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보조금은 21억1100만 원이다. 인강원은 전체 예산액(22억4500만 원)의 94%가 시 보조금일 정도로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서울시는 이곳에서 일하는 종사자 수(35명)에 비례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올 초 인권위로부터 장애인 폭행 및 학대 등으로 적발됐고 이사장 구모 씨(38)를 비롯한 직원 5명이 수사를 받고 있다. 인강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은 설립 이후 이사장과 행정실장 등 주요 보직을 모두 설립자의 가족과 친척들이 맡아 문제가 된 바 있다. 인권위에 적발된 5명 가운데 3명이 재단 일가족이었다.

관할 도봉구 및 서울시교육청 등과 공동으로 조사한 서울시는 10월 인강원에 시설폐쇄 결정을 내리고 불법으로 쓰였다고 판단한 10억2000만 원에 대해서는 환수 조치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서울시의 행정조치는 난관에 부닥쳤다. 현재 인강원에 남아있는 지적장애인 59명을 다른 시설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은 탓이다. 시의 계획에 먼저 반대를 한 것은 이곳에 자녀를 맡긴 부모들. 시에서는 지적장애인들과 면담한 후 각자에게 알맞은 시설로 옮겨준다는 원칙을 갖고 올해만 3차례 시설을 방문했지만 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부모들은 “오랜 기간 인강원에서 지낸 자녀를 갑자기 다른 시설로 옮기면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59명을 한번에 수용할 수 있는 시설 건립을 시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A 의원은 “일부 부모는 다른 지적장애인 시설에서도 이 같은 폭력이 비슷한 양상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한다”며 “어차피 옮겨봤자 똑같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고 오랜 기간 아이들을 맡긴 인강원이 다른 곳보다 편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또 보조금 환수에 대해 인강원 측이 행정소송을 하는 바람에 환수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정적으로는 폐쇄 처분 결정이 내려졌지만 일단 원생들이 옮기지 않는 한 시는 인강원에 올해와 비슷한 규모의 보조금을 계속 지급할 수밖에 없다”며 “시의회에서도 24일 행정감사를 마치고 시설 폐쇄에 합의했지만 인강원 측이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해 또 시간을 끌면 내년에도 계속 보조금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인강원#지적장애인#인강원 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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