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광호]집회 소음 기준 강화, 기본권 침해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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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경찰청 정보1과장
김광호 경찰청 정보1과장
주말 서울광장을 지나다 보면 확성기를 통한 집회 소음을 듣게 된다. 그 크기는 수십 m 떨어진 곳까지 들릴 정도라 집회 장소 주변을 지날 때면 귀가 쩌렁쩌렁 울려 저절로 귀를 막게 된다. 그래서 많은 시민들이 집회 소음으로 불편을 호소한다. 소음규제를 강화해 달라는 여론도 높다.

이에 따라 경찰청에서는 10월 22일부터 집회 소음 기준이 강화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광장이나 상가 등 기타지역의 소음기준을 기존 주간 80dB, 야간 70dB에서 5dB씩 낮춰 주간 75dB, 야간 65dB을 적용하고, 기타지역으로 분류되던 ‘종합병원과 공공도서관’이 주거·학교 기준을 적용받아 주간에는 65dB, 야간에는 60dB로 소음기준이 강화됐다.

일각에서는 이제 집회 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등 여러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상당 부분에 오해가 있어 몇 가지 기술하고자 한다.

첫째,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광장은 집회가 없어도 평상시 소음이 70dB을 넘어 사실상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다. 주변 소음이 소음기준을 넘는다고 해서 집회 소음도 무조건 기준 위반이 되는 것이 아니다. 집회 소음이 주변 소음보다 3dB 이상 커야 기준 위반으로 처벌된다.

예를 들어 주변 소음이 80dB(소음기준 주간 75dB)이고 집회 소음이 82dB로 측정된 경우 집회 소음과 주변 소음의 차이가 3dB 미만이기 때문에 해당 집회는 소음기준 위반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둘째, 전화벨 소리가 70dB 정도인데 이번에 강화된 소음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는 비판이 있다. 이것은 측정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이다. 전화벨 소리의 크기는 소음원(소리를 발생하는 물건 자체) 바로 옆에서 순간적인 소리를 측정하는 것인 데 반해 집회 소음은 피해자 위치에서 10분간 평균소음을 기준으로 적용한다.

다음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엄격한 기준을 정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은 우리나라보다 엄격한 소음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소음기준은 주간 65dB, 야간 60dB이며 독일은 상업지구의 경우 주간 69dB, 야간 59dB이고 프랑스는 주변 소음보다 주간 5dB, 야간 3dB을 넘을 경우 제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소음기준 강화로 헌법상 보장된 집회 기본권이 침해된다는 지적이 있다. 통상적인 집회에서 소음 발생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대법원도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의 집회 소음은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만이 아닌 나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타인을 생각하는 배려가 아쉽다. 소리를 높이면 높일수록 시민들은 귀를 막을 것이고, 소리를 낮추고 남을 배려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귀를 열고 들으려고 할 것이라 본다.

김광호 경찰청 정보1과장
#집회 소음#기본권 침해#소음기준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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