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시 등교’까지 좌파 교육감들 똘똘 뭉쳐 밀어붙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4일 03시 00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내년부터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9시 등교’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9시 등교는 13명의 이른바 진보 좌파 성향 교육감들의 공동 선거공약이다. 조 교육감은 “청소년의 신체적 특성에 맞는 적절한 수면과 휴식을 통해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라며 학교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지난주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를 강행한 것을 보면 이번에도 9시 등교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올 2학기부터 먼저 시작한 9시 등교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다. 아침잠을 더 자고 아침밥을 여유 있게 먹을 수 있게 돼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입시 부담이 큰 고등학교에선 우려가 여전하다. 서울은 경기도와 또 다르다. 도농복합단지가 많은 경기도와 달리 서울은 통학거리가 짧아 30분 늦게 등교하는 이점이 크지 않다. 맞벌이 부부도 경기도보다 많다. 현재 오전 8시∼8시 반 등교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학교에 먼저 보내거나 데려다 주고 출근했던 맞벌이 부부들은 없던 걱정을 하게 될 판이다.

무엇보다 9시 등교를 좌파 교육감들이 연대해 사회변혁 운동 차원에서 강행하려는 발상이 문제다. 현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9조는 수업 시작 시간과 끝 시간을 학교장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학교장 재량권을 무시하고 형식적 설문조사를 통해 이를 밀어붙여 문제가 됐다. 조 교육감은 이른 아침에 학원 수업 개설을 금지하는 조례까지 만들겠다고 밝혔다. 교육감이 아침잠을 줄이고 공부를 더 하겠다는 학생까지 막겠다는 것은 지나친 독선이다.

미국에서 등교시간을 늦춘 결과 성적이 올라가고 학교폭력 교통사고 마약이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지만 교육감이 강제로 시행하진 않았을 것이다. 서울은 물론 다른 좌파 교육감 지역에서도 경기도의 9시 등교 성패를 보고 학교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 경기도는 교육부 의견을 받아들여 안산 동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를 번복한 바 있다. 조 교육감이 경기도를 본보기로 삼는다면 9시 등교 아닌 자사고 정책에서 한 수 배우길 바란다.
#9시 등교#좌파 교육감#조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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