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기적” 홀연히 사라진 고양이 100일만에 주인 상봉, 어떻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8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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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이 고양이…. 레떼랑 많이 닮은 거 같아. 그지?"

패션잡지 '더 셀러브리티(The Celebrity)' 11월호에 실린 사진 한 장을 바라보던 회사원 남수진 씨(27·여)의 눈꺼풀이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개그맨 양상국(31)의 품속에 가만히 앉은 고양이 한 마리. 북슬북슬한 갈기와 에메랄드 빛깔이 영롱한 눈망울. 남 씨는 녀석이 석 달 전 홀연히 사라진 세 살배기 암 고양이 '레떼'라는 걸 단박에 알아차렸다.

마치 개처럼 사람을 잘 따른다고 '개냥이(개 같은 고양이라는 의미)'라고도 불리는 '노르웨이 숲고양이' 종 레떼는 지난 7월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주택가에서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에게 구조 됐다. 당시 레떼는 구내염(아구창)이 잔뜩 번져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있었다. 당장 생존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하지만 마치 '나 정말 살고 싶다'는 식으로 하도 "양양"거리는 소리를 내는 바람에 카라 사람들은 레떼에게 '양양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정성스럽게 간호했다.

하늘도 이들의 정성에 감동했는지 양양이는 석 달 만에 겨우 건강을 회복했다. 카라에서는 양양이의 새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함께 보호하던 유기 고양이들과 함께 더 셀러브리티 잡지에 입양 화보를 싣기로 했다. 이날 양양이는 유독 더 심하게 "양양"거렸지만 양상국 씨와의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 기적이 일어났다. 양 씨와 함께 촬영에 나선 여배우 박민지 씨(25)의 눈에 양양이가 띈 것. 이 고양이가 왠지 익숙했던 박 씨는 양양이 사진이 나오자마자 룸메이트 남 씨에게 들이밀었다. 사진 주인공이 레떼라는 걸 확신한 남 씨는 곧장 카라 사무실을 찾았다. 약 100일 만에 눈물겨운 상봉이었다.

카라 관계자는 "의무 동물등록대상인 개와 달리 고양이는 한 번 잃어버리면 찾을 확률이 거의 없다"며 "양양이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호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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