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성매매특별법 10년의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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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시행된 성매매특별법 제정을 위한 차관회의-장관회의-국회 통과 과정은 특이했다. 당시 장관이었던 A 씨는 훗날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법률안이 장관회의에 올라왔을 때 ‘이건 말도 안 되는 법이다’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대놓고 반대했다가는 일부 여성단체와 의원, 여성가족부로부터 매도당할 분위기여서 입을 다물었습니다. 아마 다른 고위관료나 의원들도 비슷했을 겁니다.”

▷오늘로 성매매특별법 10년을 맞았지만 신종, 변종 업소를 중심으로 음성적인 성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부작용도 심하다. 한 개업 의사는 “우리 병원을 찾는 성병 환자가 크게 늘었다”며 “성매매 여성의 보건관리가 무너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엽기적 성폭행 사건과 성매매 여성의 ‘해외 진출’ 급증도 이 법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작가 복거일 씨는 2007년 ‘성매매에 대한 합리적 태도’라는 글에서 “성매매를 막으려는 법은 사람의 본성에 대한 그릇된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했다. 성매매 금지가 자유주의 원리에 어긋날 뿐 아니라 사회가 막을 철학적 근거도 없다는 비판이다. 최근 영국의 권위 있는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성매매를 ‘노동계약’으로 인식한 것과 비슷한 시각이다. 말기 암과 투병하면서도 ‘죽는 날까지 글쓰기 의지’를 밝힌 복거일만큼 삶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지식인도 드물다. 그러나 이 글이 공개되자 일부 페미니스트는 비난을 퍼부었다.

▷많은 사람이 지적했지만 선의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만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인간사회의 진실이다. 관련 여성의 인권 침해나 인신매매, 폭행 같은 범죄는 엄벌해야 마땅하지만 개인의 윤리나 선택 차원에서 접근할 사안까지 국가가 간섭하는 것이 옳은지는 계속 논란거리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누가 이 법을 없애자며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겠는가. 인간 본성과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 없이 밀어붙인 성매매특별법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도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듯하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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