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손성원]원화는 너무 강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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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경제력과 빅맥지수, 경상수지 흑자로 보면… 원화, 달러화보다 조금 저평가
반면 교역 경쟁국인 中日… 위안화-엔화에 비해선 고평가
中 대형 양적완화 지속적 개입… 日은 또다른 양적완화 진행중… 한국은행의 대응책은?

손성원 객원 논설위원 미국캘리포니아주립대석좌교수
손성원 객원 논설위원 미국캘리포니아주립대석좌교수
한국 경제에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음에도 원화 절하는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재벌 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수출 관련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중소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원화 절하는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낮은 통화가치는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여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

지금 원화는 달러화에 비해 적절한 가치인가? 가장 간단한 측정 도구로 이코노미스트가 분기별로 발표하는 ‘빅맥 지수’가 있다. 2014년 중반 기준 이 지수에 따르면 한국 원화는 미 달러화에 비해 16.5% 저평가돼 있다. 그러나 수출시장에서 한국의 경쟁 기업들은 더 저평가돼 있다. 달러화에 비해 중국 위안화는 43% 저평가됐고, 대만 달러는 45%, 일본 엔화는 77% 저평가돼 있다. 유로화를 비롯한 유럽국가 통화는 미국 달러에 비해 과대평가돼 있다.

경상수지(經常收支)인 한 나라의 현금 흐름은 통화가치를 측정하는 또 다른 수단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한 나라의 현금 유출보다 유입이 많다는 뜻이다. 현금 흐름이 제로(0)에 가깝다면 통화가치는 적정하게 평가됐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꾸준한 경상수지 흑자라면 통화가치가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신호다. 통화가치 저평가 국가는 대부분 중앙은행에 외환보유액을 쌓아놓고 있다. 한국은 오랫동안 외환보유액이 잉여 상태이므로 달러화에 비해 원화가치가 저평가돼 있다. 문제는 경쟁국인 중국 같은 나라가 외환보유액을 빠른 속도로 증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 말은 중국 통화가 한국 원화보다 저평가되고 있다는 뜻이다.

장기 경제성장과 생산성은 경제학자들이 통화가치를 분석하는 세 번째 요소다. 일반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경제성장이 건실하고 생산성이 높으면 임금이 상승하게 된다. 낮은 생산성은 성장 지체와 약한 통화가치를 뜻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의 통화는 시간이 갈수록 절상된다.

중국은 좋은 본보기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생산성과 경제활동에서 빠른 성장을 경험했고 위안화 가치는 절상됐다. 외환보유액도 4조 달러에 육박한다. 중국 정부의 개입이 없었다면 위안화는 더 빠른 속도로 절상됐을 것이다.

한국도 비슷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지난 20∼30년 동안 한국의 경제성장은 눈부실 정도였다. 경제규모와 1인당 국민소득, 한국 경제에 대한 세계의 확신은 상승 일로였다. 더불어 원화가치도 상승했다.

반면 일본은 우울한 경제 성적이 계속됐다. ‘잃어버린 10년’은 이제 ‘잃어버린 사반세기’가 됐다.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는 초기엔 희망을 보였지만 경제 전반은 다시 하강하고 있다. 정규직 고용은 줄어들고 실질 임금도 떨어지고 있다. 소매 판매와 경제 성장률은 하강 추세다. 일본의 활기 없는 경제 추세는 엔화가치가 취약한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화는 과소평가된 것인가, 과대평가된 것인가. 달러화에 비춰 볼 때 빅맥 지수와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 장기적인 경제력과 생산성으로 평가하면 원화는 달러화보다 조금 저평가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주요 교역 파트너인 중국의 위안화와 일본의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한국에 더욱 중요하다. 원화는 엔화에 비해 고평가됐고 위안화 가치는 중국 정부에 의해 인위적으로 낮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는 강한 증거가 있다. 일본과 중국은 전자제품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문에서 직접적인 경쟁관계다.

한국 정부는 원화가치를 하락시키려고 유도할 것인가? 일본은행은 또 다른 거대한 양적완화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은 일본은행이 엔화가치를 더욱 절하하는 데 박차를 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 런민은행은 대형 양적완화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 몇 해 동안 중국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팽창했다. 만약 중국의 양적완화와 정부 개입이 없었다면 위안화는 더욱 강했을 것이다.

아무도 한국은행이 이와 유사한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뛰어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떨어질 여지가 많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교역 경쟁국들이 계속해서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릴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해야 할 것이다.

손성원 객원 논설위원 미국캘리포니아주립대석좌교수
#한국 경제#원화#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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