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평가 인정못해”… 실제 지정 취소는 쉽지 않을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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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사고 재평가 강행]
“경기는 제대로 평가-협의했지만 서울은 추가평가 급조해 신뢰 깨”
교육부 단호… 절차 진행 않기로
市교육청 “장관동의 없어도 돼” 법적근거 불분명… 대응책 미지수

서울시교육청이 4일 재평가에서 기준점수에 미달한 자율형사립고 8곳을 공식 발표했지만 실제 지정 취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서울시교육청의 재평가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교육부의 강경한 입장이 관건이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지정 취소를 놓고 줄곧 신경전을 벌여왔지만 실제로 양측이 직접 논의한 적은 아직까지 없다. 양측의 본격적인 대립은 서울시교육청이 4일 14개 학교의 재평가 결과와 8곳에 대한 지정 취소 의견을 교육부에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들의 지정 취소에 대해 “교육부에 협의 신청은 했지만 교육부 동의가 없어도 지정 취소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의 재평가가 기본 요건을 갖추지 않아 협의할 가치도 없으므로 반려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서울지역 자사고에 대한 재평가가 충분히 진행된 상태에서 조희연 교육감이 취임하자마자 추가 평가를 급조한 것은 신뢰 보호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박성민 교육부 학교정책과장은 “경기도는 제대로 평가를 해놓고 (교육부에) 협의를 구한 반면 서울시는 평가 자체에 하자가 많아 협의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면서 “평가 내용을 따지는 절차까지 갈 수도 없는 만큼 곧바로 반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반려할 경우 서울시교육청이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지정 취소를 강행할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고, 해당 자사고들과의 소송에도 대응해야 하는 만큼 실제 지정 취소는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지정 취소를 놓고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견해가 엇갈리는 근본적인 쟁점은 자사고 폐지 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점.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은 ‘교육감은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는 경우에는 미리 교육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교육청은 자사고 지정 취소가 교육감의 전권이라고 해석하는 반면에 교육부는 자사고 제도는 국가 사무이므로 교육부 장관에게 최종 결정권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의식해 교육부는 1일 ‘협의’를 ‘동의’로 고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협의를 동의로 간주해서 행정행위를 해왔고 자사고나 특수목적고도 이런 원칙을 따라 왔다”면서 “경기도도 동의 절차를 거쳤는데 서울시만 다른 주장을 하니 내년 평가에 대비해서 규정을 명확히 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휘국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4일 성명을 내고 “자사고 지정 취소에서 사전 협의 절차를 사전 동의로 바꾸는 것은 입법권한을 남용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자치사무에 사전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재량권 일탈이므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희균 foryou@donga.com·이은택 기자
#서울시교육청#자사고 재평가#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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