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장이 “덮자”하면 언제든지 형량 조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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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문화 확 뜯어고치자]<中>가혹행위 사라지려면
개혁 도마 오른 군사재판… 지휘관이 軍검찰-심판관 임명
상명하복식 판결… 독립성 훼손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현재의 군사재판 제도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군 사법체계는 사단과 군단사령부에 설치돼 있는 1심 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항소하면 국방부 산하 고등군사법원(2심)으로 넘어가는 체계다. 3심인 상고심에 가서야 민간 법원인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된다.

육군은 사단장, 해군은 함장, 공군은 전투비행단장 이상의 지휘관이 1심 판사를 지정하고 최종 형량을 줄일 수도 있다. 이 지휘관들은 법조인이 아닌 일반 장교를 심판관으로 임명하고 확정 판결도 좌지우지할 수 있어 사실상 ‘초법적’ 권한을 갖는다. 범죄 수사를 직할 부대인 헌병대가 맡고 군 검찰 임명권도 갖고 있기 때문에 지휘관인 사단장 또는 군단장이 마음만 먹으면 군내 폭력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지휘관 권한인 ‘심판관 제도’와 ‘형량 감경권’이 자칫 군사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률 전문가도 아닌 심판관에게 재판을 받거나, 법원에서 난 판결을 지휘관이 변경할 수 있는 군 사법제도는 ‘국민은 법관에게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 헌법 제27조에 어긋난다는 것.

특히 형량 감경권 행사에는 지휘관의 ‘사심’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지만 별다른 견제장치도 없다. 법무참모의 의견을 듣는 규정이 있지만 강제 규정이 아닌 데다 법무참모 역시 지휘관의 부하 장교다. 군 판사가 이미 ‘반성’이나 ‘초범’을 이유로 감경했는데도 지휘관이 다시 같은 이유로 형벌을 줄여준 사례도 빈번하다. 2009년 9월 지휘관의 감경 이유를 명시하도록 한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는 ‘묻지 마’ 감경도 가능했다. 2011∼2013년 국방부와 3군 보통군사법원이 처리한 사건 중 감경권이 행사된 것은 173건(3.1%)에 이른다.

심판관은 주로 대령급이 임명되는데, 군 법무관인 재판관보다 계급이 높아 견제도 쉽지 않다. 군 법무관 출신 한 변호사는 “대령급인 심판관이 (재판 합의에) 사정을 봐달라고 얘기하면 무시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두 가지 제도 모두 전시에 지휘권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평시에는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크게 제한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과거에는 군 법무관이 부족해 심판관 제도를 두었으나 법조인이 대거 배출되는 지금 상황에선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군 사법체계 개선은 노무현 정부 때 국방부 발의로 법률개정안이 국회에까지 제출됐지만 무산된 적이 있다.

신동진 shine@donga.com·백연상 기자
#병영문화#군검찰#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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