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사 유묵 ‘敬天’ 천주교 품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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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공경하라” 신자의 마지막 외침
잠원동 성당 경매 낙찰… 교구에 기증

4일 서울 중구 천주교서울대교구 별관에서 안중근 의사 유묵 ‘경천’ 기증식이 열렸다. 염수정 추기경과 김종박 잠원동 성당 사목회장, 일본에서 유묵을 들여온 박삼중 스님(왼쪽부터).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4일 서울 중구 천주교서울대교구 별관에서 안중근 의사 유묵 ‘경천’ 기증식이 열렸다. 염수정 추기경과 김종박 잠원동 성당 사목회장, 일본에서 유묵을 들여온 박삼중 스님(왼쪽부터).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안중근(토마스) 의사가 남긴 글씨인 유묵(遺墨) ‘경천(敬天)’ 기증식이 4일 서울 중구 천주교서울대교구 교구청 별관에서 열렸다.

박삼중 스님이 일본에서 들여온 이 유묵은 3월 경매업체 서울옥션에 경매가 7억 원에 나왔으나 유찰됐다가 9일 경매에서 서울 잠원동 성당이 5억9000만 원에 낙찰을 받아 교구에 기증했다. 이 비용은 잠원동 성당 신자들이 뜻을 모아 마련했다. 잠원동 성당의 주임 신부는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의 동생인 염수의 신부다.

이날 기증식에서 염 추기경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안 의사의 유묵을 교회에 모시게 돼 감격스럽고 은혜롭게 생각한다”며 “안 의사의 숭고한 삶과 뜻이 교황 방한과 순교자 시복식과 맞물려 더 잘 조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톨릭교회사 연구의 권위자인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는 “경천은 안 의사가 마지막 쓴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 중 하나”라며 “가톨릭 신앙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박삼중 스님은 “안 의사 덕분에 뜻깊은 이 자리에 있게 됐다”며 “1994년 일본인이 경천을 소장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유묵을 한국으로 갖고 오기 위해 일본을 300여 차례나 오갔다”고 말했다.

경천은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이듬해인 1910년 3월 뤼순 형무소에서 사형 집행을 앞두고 일본인 부탁을 받아 쓴 붓글씨다. 경천 옆에는 ‘大韓國人 安重根’(대한국인 안중근)이란 글씨와 함께 손도장이 찍혀 있다.

서울대교구는 이 작품을 7일부터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천주교 유물전시회 ‘서소문·동소문 별곡’전에서 공개한 뒤 2017년 완공 예정인 서소문 순교성지 교회사박물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안중근 의사#유묵#경천#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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