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대란 하루만에 ‘입석 금지’ 유야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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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버스 “그냥 타라” 다시 아찔질주… 안전 - 편의 둘 다 잡을 묘안 숙제로
M버스 기본요금 50% 인상 저울질… 박원순 시장 혼잡통행료 검토 지시

“이거라도 깔고 앉아요.”

직장인 황모 씨는 17일 오전 7시 15분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동판교에서 서울 광화문행 광역버스를 탔다가 운전사로부터 신문지를 건네받았다. ‘만차’인 상황에서 입석 금지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입석 승객을 바닥에 앉도록 한 ‘궁여지책’이었다.

○ 하루 만에 ‘도루묵’ 된 광역버스 입석 금지

광역버스 입석 금지 이틀째인 17일 수도권 일대 버스정류장에선 전날 출근대란 소동이 무색하게 공공연히 입석 승차가 이뤄졌다. 시행 첫날 정류장에서 입석을 통제하던 공무원과 버스회사 직원들도 입석 승차를 눈감아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일부 버스는 입석 승객으로 가득 차 더는 몸을 실을 공간이 없는 상황이 된 뒤에야 무정차 통과를 하기도 했다.

본보 기자가 이날 오전 7시 30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역 버스정류장에서 입석 승객으로 1500번 광역버스(일산∼서울 영등포)에 탔지만 아무도 막지 않았다. 버스 운전사는 “어제 난리가 나서 그런지 회사에서 별일 없으면 그냥 태우라고 했다”고 말했다. 마두역에서만 20여 명이 입석으로 승차해 발 디딜 틈조차 없이 승객으로 가득 찬 버스는 안내방송 없이 자동차전용도로인 강변북로를 질주했다. 버스 앞에 승용차가 끼어들자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 입석 승객 일부가 휘청거리기도 했다. 버스 좌석에 앉은 41명 중 안전벨트를 맨 승객은 아무도 없었다.

이에 시민들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 온라인에는 “입석 금지는 하루짜리 이벤트였나? 지금 입석으로 버스 탔다” “군포에서 강남으로 가는 버스가 사람을 꽉 채워서 고속도로 달린다. 어제 비판이 많아 정책이 바뀐 건지, 기사 재량인가” 등 비판적인 반응이 많았다.

○ 혼잡통행료 물리고 요금 올리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버스를 포함해 외곽에서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최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심 통행량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박 시장은 또 강남역과 사당역 등 주요 지점에 환승센터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도 지시했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경기지역 버스가 서울 도심까지 진입하지 않고 부도심까지만 운행하고 출발지로 돌아가기 때문에 운행 시간을 줄여 결국 운행 대수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승객이 많이 몰리는 정류장만 골라서 정차하는 ‘출퇴근형 급행버스’(일명 무정차 버스)를 늘리는 것도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장택영 삼성교통연구소 박사는 “시간대별 정류장 승객 수를 면밀히 따져 주요 기점 3, 4군데만 집중적으로 정차하는 무정차 버스 신규 노선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정류장 현황을 모니터링해 혼잡 지역을 파악한 후 급행버스를 집중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버스업계 모두 승객 수는 똑같고 증차만 하는 것이니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버스 업계에서는 최소 500원 이상의 요금 인상이 이뤄지거나 정부 보조금을 그만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광역버스 입석 금지가 안전을 위한 정책인 만큼 ‘안전 부담금’ 개념으로 시민들이 요금 인상을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토부는 수도권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로부터 광역급행형 버스(M버스)의 기본요금을 현재 2000원에서 3000원으로 50% 올려달라는 요금 조정 신청이 들어와 이를 검토 중이다. 버스회사들의 누적 운송 손실이 큰 상황이어서 원가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인상 시기와 폭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박선영 인턴기자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최건 인턴기자 서울대 인류학과 4학년
#광역버스 입석 금지#M버스#혼잡통행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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