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추억을 기리며… 환갑전후 ‘왕언니 3인방’ 뭉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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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사랑’ 1세대 무용가 이정희-남정호-안신희 25∼26일 무대올라

1970, 80년대 소극장 ‘공간사랑’ 무대에서 춤의 날개를 달았던 현대무용가 남정호 이정희 안신희(왼쪽부터). 이들은 “마치 30년 전 공간사랑 첫 무대에 올랐던 그날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 중”이라면서 “진정한 춤은 연륜에서 나오는 법”이라며 웃었다(위 사진). 1989년 합동 풍자춤 무대를 앞두고 동아일보와 인터뷰에 나선 중년의 이정희(아래 사진 왼쪽)와 남정호.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970, 80년대 소극장 ‘공간사랑’ 무대에서 춤의 날개를 달았던 현대무용가 남정호 이정희 안신희(왼쪽부터). 이들은 “마치 30년 전 공간사랑 첫 무대에 올랐던 그날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 중”이라면서 “진정한 춤은 연륜에서 나오는 법”이라며 웃었다(위 사진). 1989년 합동 풍자춤 무대를 앞두고 동아일보와 인터뷰에 나선 중년의 이정희(아래 사진 왼쪽)와 남정호.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현대 무용계의 ‘왕언니’ 3명이 뭉쳤다.

1970, 80년대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활동한 1세대 현대무용가 이정희 전 한국현대춤연구회 회장(67)과 남정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 교수(62), 안신희 전 한국현대무용협회 이사(57).

이들은 30여 년 전 서울 종로구 율곡로 소극장 공간사랑에 올렸던 작품을 재구성한 ‘우회 공간’을 25, 26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올린다.

11일 서울 남부순환로 국립현대무용단 연습실에서 만난 세 무용가는 “연로하신 ‘언니’들이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단 하나의 공연을 준비 중”이라며 연신 웃었다. 올 시즌의 주제를 역사와 기억으로 정한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단장의 제안이 이번 공연의 출발점이 됐다.

연습실에 들어서자 강한 기운을 내뿜는 왕언니들이 매트 위에서 제각각 몸을 푸느라 여념이 없었다. 남 씨는 “아티스트들이 연주 전 악기를 조율하듯, 무용가들에게 스트레칭은 무대에 오르기 전 치르는 의식과도 같다”고 했다. 왕언니들이 몸을 풀 때마다 관절에서 ‘뚜두둑’ 소리가 연신 나긴 했지만 몸의 유연함은 10대 소녀 못지않았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시간 동안 이들은 갑자기 드러눕고, 다리를 찢고, 하늘을 향해 손을 뻗기도 했다. 이 씨는 “환갑이 넘어서 무용가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항상 이렇게 몸을 괴롭힌 덕분”이라며 “집에서도 늘 이렇게 살다 보니 딸들도 자연스럽게 무용가의 길을 걷게 됐다”며 웃었다. 최근 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 9’에서 자매 출연자로 유명해진 발레리나 이루다와 현대무용가 이루마가 그의 딸들이다.

현대무용계에서 ‘선생님’으로 존경받는 이들이 모인 것은 공간사랑에 대한 추억의 힘이 컸다. 남 씨는 “1970, 80년대 한국 대중문화계에 카페 ‘세시봉’이 있었다면, 현대무용계에는 고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공간사랑’이 있었다”며 “공간사랑은 무용가뿐 아니라 장르 불문한 모든 예술가의 사랑방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공간을 통해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처음 알려졌고, 병신춤을 추던 공옥진 같은 지방 예인들도 소개됐다.

특히 이 씨는 공간사랑 정식 개관 1년 전인 1976년에 작곡가 백병동의 ‘실내’라는 곡에 맞춰 공연했다. 공간사랑 1호 무용가인 셈이다. 그는 “라이브 음악에 맞춰 췄다”며 “현재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 임헌정 예술감독이 지휘를 맡았다”고 했다. 이 씨는 이번 공연에서 ‘실내’와 1980년대 후반 작품인 ‘검은 영혼의 노래’를 수정해 관객에게 선보인다.

남 씨와 안 씨에게도 공간사랑은 특별한 공간이다. 남 씨는 1982년 파리 유학을 마친 뒤 공간사랑에서 귀국 공연을 열었고, 안 씨는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한 뒤 1981년 공간사랑에서 프로 데뷔 무대를 가졌다. 이들은 “공간사랑은 애틋한 기억과 함께 춤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심어준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 씨는 32년 전 선보였던 ‘대각선’ ‘계속’ ‘안녕하세요’, 안 씨는 ‘교감’ ‘지열’을 재안무해 무대에 올린다. 이들은 “희한하게도 수십 년 전 작품을 몸은 기억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들은 현대무용이 어렵다고 여기는 관객들을 위해 작품에 대한 배경과 특징도 설명할 예정이다. 안 씨는 “족집게 과외처럼 현대무용을 쉽고 재미있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석 3만 원. 02-3472-1421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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