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도곡역 화재 역무원 초동대처…‘제2 대구지하철 참사’ 막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8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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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곡역 화재', '도곡역 방화 화재'

28일 오전 발생한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 전동차 방화 사건은 역무원과 시민의 빠른 초동 대처로 제2의 대구지하철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방화용의자 조모(71) 씨가 가방에 인화물질이 든 통 10개, 부탄가스를 넣고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0시 51분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지하철 3호선 매봉역을 출발한 전동차가 도곡역으로 이동하던 순간, 이 열차 네 번 째 칸에 타고 있던 조 씨가 가방에서 인화성 물질을 꺼내 두개의 가방에 불을 붙였다.

마침 이 전동차 안에는 출장 중인 역무원 권순중(47) 씨가 타고 있었다. 매봉역사에서 근무하던 권 씨는 출장 차 도곡역으로 가기 위해 이 열차에 합승했다.

도곡역에서 내리려고 준비하던 권씨는 "불이야!" 소리를 듣고, 전동차에 마련된 소화기를 꺼내 불을 끄기 시작했다. 동시에 권씨는 "119에 신고해 달라"고 주변 승객들에게 외쳤다.

함께 타고 있던 승객은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또 주위에 있던 시민들도 권 씨를 도와 불을 껐다. 일부는 비상벨을 눌러 화재 발생 상황을 기관사에게 알렸다. 기관사는 전동차를 멈춰 세우고 출입문을 열고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을 했다.

안내 방송에 따라 1~5번째 칸에 타고 있던 승객 270여명은 곧바로 도곡역으로 대피했고, 아직 승강장에 진입하지 못한 6~9번째 칸에 타고 있던 승객 100여명은 선로를 따라 매봉역 방향으로 피했다.

도곡역 역무실 직원들은 불을 끄는 동시에 종합관제센터에 사고 상황을 보고해 다음 열차 운행을 중단시켰다. 소방당국도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했다.

지하철 승객 중 서모(63·여)씨가 대피 도중 발목을 다쳤을 뿐 다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대구지하철 참사와 비슷한 상황이었다"며 "전동차 내장재가 불연 소재로 돼 있어 큰 불로 번지지는 않았다. 권씨와 함께 불을 꺼준 승객들의 빠른 대처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방화 용의자 조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그는 인근 병원에서 화상 치료를 받던 중 붙잡혔다.

한편 지난 2003년 2월18일 대구 중구 남일동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김모(56)씨가 전동차 안에 불을 질러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쳤다. 김 씨는 그해 8월 대구지법에서 현존전차방화치사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형이 확정되어 복역하던 김씨는 2004년 3월 8일 진주교도소로 이감되었다가, 같은 해 8월 30일에 지병 악화로 사망했다.
'도곡역 화재', '도곡역 방화 화재'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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