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재호]도서정가제에 거는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
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
11월 발효될 도서정가제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모든 도서는 정가의 15% 내에서만 할인이 가능하다. 출간한 지 18개월이 안 된 도서, 이른바 ‘신간’에 한해 정가의 19%(마일리지, 쿠폰 등 포함)까지 할인해 줄 수 있는 현행 제도보다 할인율이 4%포인트 낮아지는 셈이다. 어려운 출판계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완전 정가제(할인율 제로)를 주장하는 일부 출판인의 목소리가 여전히 거센 이유다. 그럼에도 도서정가제 도입 후 10여 년 만에 이해당사자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이만한 성과라도 냈다는 건 고무적이다. 당장 기대되는 효과도 적지는 않다. 과도한 할인이나, 할인을 전제로 책값을 부풀려 시장을 교란해 온 행위부터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 간 가격 차이도 좁혀져 책 구경은 동네서점에서 하고,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행태도 바뀔 것이다.

물론 할인율이 낮아지는 만큼 책값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개정안이 순조롭게 시행돼 책값의 거품이 빠지면 인상요인이 사라지거나, 있다 해도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다. 18개월이 지난 도서는 재정가(再定價)를 매길 수 있도록 해 실질적으로 가격 인하 효과가 나도록 한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출판계에서도 소비자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가격 안정화 방안을 자율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학습자료 제작업체들부터 머리를 맞대고 있다. 참고서 가격에 민감한 학부모들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부디 출판계에서도 ‘착한 가격’의 시대가 열렸으면 한다. 개정안은 향후 3년마다 타당성을 검토해서 개선하는 ‘규제 재검토’ 조항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의도한 대로 출판사, 유통사, 서점, 소비자 모두에게 합리적 선택이었는지를 조사하고, 문제점이 드러나면 고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시행령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지적대로 모법에서 규정한 총 할인율 15%가 편법적인 판매 방식에 의해 왜곡되지 않도록 선제적 예방 장치를 담아야 한다. 강화된 도서정가제와 ‘착한 가격’이 함께 갈 수만 있다면 출판계도 살고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상생이 가능해진다.

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