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도 안전 불감증 人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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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막을 기회 세 차례 놓쳐

2일 오후 3시 반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추돌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신호기 오작동을 사고 당일 오전 1시 30분에 이미 서울메트로 직원들이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오후 서울 성동경찰서 백경흠 형사과장이 지하철 추돌사고 당시 신호기 표시 상태 등을 설명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일 오후 3시 반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추돌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신호기 오작동을 사고 당일 오전 1시 30분에 이미 서울메트로 직원들이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오후 서울 성동경찰서 백경흠 형사과장이 지하철 추돌사고 당시 신호기 표시 상태 등을 설명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일 오후 3시 30분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전동차 추돌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사고를 막을 기회가 최소 3차례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서울메트로 직원들이 안이하게 대응하면서 결국 249명이 다치는 사고로 이어졌다. 이번 사고도 세월호 참사처럼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서울지방경찰청 열차사고 수사본부가 6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고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신호체계 오류 △종합관제센터 과실 △기관사 과실 등 3가지다.

경찰과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1시 30분경 서울메트로 신호팀 직원은 2호선 신당∼상왕십리역 구간의 신호체계에 오류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하고 신호관리소장에게 보고했다. 현장을 책임지는 신호관리소장은 ‘모니터 고장’으로 여기고 재확인을 지시했을 뿐 상부에는 보고하지 않았다. 서울메트로 측은 3일 “사고 발생 나흘 전에 오류가 발생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사고 직후에야 이를 파악했다”고 발표했는데 사후에조차 정확한 사실 파악도 되지 않았던 셈이다.

종합관제센터 역시 사고 예방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고 당일 관제센터에는 4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두 전동차의 간격이 좁혀진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열차 지연은 출퇴근 시간에 자주 있는 일이라 사고 열차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상왕십리역 전동차 배차 간격은 6분으로 출퇴근 시간대(2∼3분)에 비해 길었다. 운행상황판만 꼼꼼하게 지켜봤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관제센터 근무자들은 뒤늦게 앞 열차에 무전으로 ‘정상 운행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추돌사고 직후에 연락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에 있던 전동차 기관사의 대응도 기민하지 못했다. 앞 전동차(2258)는 상왕십리역 승강장에서 1분 30초가량 정차하다가 다시 출발하는 순간 뒤에 오던 전동차(2260)에 들이받혔다. 보통 정차시간이 30초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1분이나 더 늦게 출발한 셈이다. 당시 스크린도어가 제대로 닫히지 않아 여러 차례 열고 닫기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스크린도어의 오작동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연 시간이 길어지면 관제실에 연락해 후속전동차 등에 상황을 알렸어야 했지만, 앞 전동차 기관사는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서울메트로 측은 “지연 운행 시 관제센터에 몇 초 내에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통상적인 출입문 개폐 오류라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사고 직후 안내 방송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경찰은 선행 열차 기관사가 방송 장치가 고장 나 방송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메트로 측은 객실 내에 3회 방송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피해 승객들 사이에서도 안내방송을 들었다는 증언과 듣지 못했다는 증언이 엇갈린다. 제때 안내방송을 했는지, 했다면 어떤 내용으로 했는지는 전동차 블랙박스를 분석해야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6일 오전 서울메트로 본사 신호기계실과 신호체계 변경 작업을 진행한 민간업체 사무실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신호체계 오류 발생 사실이 정확히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또 서울메트로와 민간업체의 계약서, 공문 등을 검토해 계약부터 신호체계 변경까지 전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정밀조사하기로 했다.

이건혁 gun@donga.com·장선희 기자
#서울지하철#2호선 사고#안전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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