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참사의 슬픔 이겨내는 모습 보여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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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얼버무리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야”…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부모 지침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어린 자녀가 사고 관련 소식을 접했을 때, 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이와 관련해 23일 ‘일반 부모들을 위한 지침’을 발표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어린아이라도 뉴스를 접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세월호 사고를 알고 있다. 일부 부모는 아이가 놀랄 것을 걱정해 사고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거나, “사람이 다치는 안 좋은 일이 있었다”는 정도로 모호하게 말한다. 이럴 때 아이는 더 혼란스러워진다.

지침에 따르면 아이가 어리더라도 부모는 사고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게 좋다. 부모가 제대로 얘기하지 않으면 아이는 상황에 대해 자꾸 의문을 갖고, 불필요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이 상황을 감당하지 못해서 말을 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부모를 믿고 의지하기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다.

사고에 대해 아이가 재차 얘기하더라도 대화를 중단하거나 나무라지 말고 아이가 원하는 만큼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게 좋다. 자녀가 슬프거나 혼란스러운지, 두려운지 등을 파악하고 감정을 밖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해준다. 만약 아이가 이런 감정을 느낀다면 충격적인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해 주는 게 좋다.

부모가 자신의 힘든 감정을 자녀와 공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소영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이사(순천향대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는 부모를 가장 믿고, 부모의 감정을 보고 배운다”며 “부모도 마음이 슬프고 걱정이 된다고 얘기해주면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혼란을 덜 느낀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부모가 이를 헤쳐 나가는 것을 보여줘야 자녀에게 바람직한 모델이 될 수 있다. 분노나 불신을 조장하는 감정을 표출하기보다는 “엄마, 아빠도 속상하지만 우리 함께 힘을 합쳐보자”라든지 “서로 도와서 이 상황을 견뎌낼 거야”라는 식으로 말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세월호#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부모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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