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자살, 함께 막아 봅시다” 이웃위해 뭉친 주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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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산구 우산동 주민들로 결성된 ‘생명존중’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이웃들의 자살예방 상담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생명존중 제공
광주 광산구 우산동 주민들로 결성된 ‘생명존중’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이웃들의 자살예방 상담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생명존중 제공
광주 광산구 우산동 조용안 씨(52) 등 마을 주민 18명은 지난달 14일부터 홀로 사는 노인과 저소득층 가정을 찾아 1시간 넘게 말벗을 하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생명존중’이라는 자살예방 협동조합 조합원들이다. 우산동 빈곤계층 500여 가정을 방문해 상담을 해주고 있다.

이들이 어려운 이웃과의 대화에 나선 건 지난달 우산동 주민 3명과 다른 동네 주민 1명이 생활고와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 이를 비슷하게 따라 하는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했기 때문. 조 씨는 “6개 팀별로 하루 10∼13가정을 찾아 얘기를 나누며 고민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산동 주민들이 자살예방 상담 협동조합을 결성한 계기는 2년 전. 이 지역 주민 2만5000명 가운데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하는 빈곤계층이 64%인 1만6000명이나 된다. 기초생활수급자도 2000명으로 전체 주민의 8%를 차지한다. 기초수급대상자가 사는 영구임대아파트 단지가 2개 있고 빈곤계층을 위한 사회복지관 2곳, 장애인복지관 1곳이 운영되고 있다.

우산동은 이처럼 열악한 여건 때문에 자살률이 광주지역 평균(인구 10만 명당 25.4명·2012년 기준)보다 높다. 이 지역 기부 봉사모임인 복지네트워크 김정태 부위원장(61)은 “알고 지내던 이웃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게 안타까웠다. ‘생명존중’은 내 이웃을 돌보자는 취지에서 생각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 씨 등 주민 10여 명은 2012년 4월부터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 자살예방 상담사 위탁교육을 받고 시험을 치러 상담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주민 15명과 전문 상담사 3명이 뜻을 합쳐 지난해 11월 생명존중이라는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조합 회원들은 매주 홀로 사는 노인 200여 명 등 사회 취약계층을 찾아 말벗이 돼 준다. 주민들을 상대로 자살방지 캠페인과 현장상담을 한다. 조합원 박수진 씨는 “홀로 사는 노인들은 낯선 상담자가 찾아오면 거부감을 느끼지만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이 말벗을 하며 대화를 나누면 금방 속내를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생명존중은 현재 자원봉사로 진행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조합원들에게 최소한의 교통비라도 지원할 수 있도록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성진호 생명존중 이사장은 “조합원들에게 이웃의 생명을 살리는 노력에 대한 작은 보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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