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등 고가품 시장 중상층 지갑 열기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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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소비재 판매 회복세… 6년 불경기 터널 빠져나오나
스마트폰-외식업 매출 늘고 의류 1분기 판매 2013년比 8%대 ↑
내수시장 기지개 켜는 조짐 뚜렷

‘한국 경제는 회복 중인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한국은 6년째 불경기의 긴 터널을 묵묵히 걸어왔다. 오랜 어둠 속에서 감각이 둔해진 탓에 ‘터널의 끝’을 확인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자료를 인용했을 뿐 확증은 없어 보였다.

경기 회복세를 점검하기 위해 동아일보는 국내 소비의 67%를 차지하는 자동차 휴대전화 옷 신발 음식료품 휘발유 등 ‘6대 소비재’의 판매 동향을 긴급 점검했다. 이들 6대 품목은 국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기획재정부가 경기를 판단하는 데 고려하는 대표적 항목이다. 품목별 소비비중은 음식료품(21%), 휘발유(15%), 옷(14%), 자동차(9%), 휴대전화(6%), 신발(2%) 순이다.

점검 결과 미래가 불안해 돈을 움켜쥐고만 있던 가계들이 지갑을 조금씩 열기 시작하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가장 큰 특징은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소비품목(내구재)인 자동차 휴대전화 옷 신발의 판매액이 지난달에 대체로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불황 때 가격이 부담스러워 구매를 미루던 내구재를 경기회복 시점에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고가여서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 중심으로 회복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실제 3월 중 자동차 판매량은 12만2500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00대가량 늘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S5’는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하루 평균 판매량이 주중 7000여 대, 주말에 1만 대에 이른다. 의류업계 사정도 지난해보다 나아지고 있어 롯데백화점의 올해 1분기(1∼3월) 의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증가했다. 신발업계는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일부 브랜드를 중심으로 회복의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이와 달리 비(非)내구 소비재 품목인 휘발유와 식료품은 통계상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일종의 생활필수품이어서 가계가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일정 수준을 소비할 뿐 짧은 기간에 소비 규모를 갑자기 바꾸지 않는 품목들이다. 다만 식료품 통계에 포함되는 외식업 등 일부 업계의 분위기는 호전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외식업 경기지수(추정치)는 1분기 기준 79.18로 지난해 4분기(73.09)보다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비싼 내구재 소비가 먼저 늘어나는 점을 근거로 기재부는 경기 회복세가 고소득 가구부터 저소득 가구로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는 이날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자료에서도 ‘우리 경제의 회복 조짐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철주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경기가 확실히 바닥권을 벗어났다”며 “회복의 속도와 강도를 더 높이려면 기업의 설비투자가 늘어나야 하며 이를 위한 정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 박창규·최고야 기자
#내수시장#경제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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