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에스키모에게 얼음 파는게 정말 좋은 세일즈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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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직에 있는 사람들이 흔히 듣는 말 중의 하나는 “우수한 영업사원이 되려면 에스키모에게도 얼음을 판매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진정한 영업사원은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을지라도 자기 제품을 성공적으로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이 말은 영업사원 중심적인 사고로부터 나왔음을 알 수 있다. 마치 “사막에 가서도 우산을 팔 수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만나건 자신이 가진 물건을 팔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 물건이 과연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

‘장사의 시대’의 저자인 필립 델브스 브러턴은 좋은 세일즈맨은 “에스키모에게 얼음을 팔 수 있나”와 같은 질문을 모욕적으로 느낀다고 했다. 정말로 우수한 세일즈맨은 쓸데없는 상품을 팔지도, 소비만능주의를 조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브러턴은 “좋은 세일즈맨은 자신의 판매 행위가 소비자에게도 궁극의 이득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현장에 나선다”고 말했다.

영업사원이 가져야 할 최우선의 목표는 영업사원 자신이 아닌 고객이다. 영업사원에게 “무엇을 팔라”고 강요하지 말고 “고객의 욕구를 최대한 맞춰라”는 주문을 해야 한다. 영업사원에게 영업에 관한 한 전지전능함을 기대한다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무리다. 기업 현장에서 영업사원에게 교육을 하는 시간은 제한돼 있다. 더구나 프로 세일즈맨을 양성하는 교육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영업사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영업사원의 스트레스가 어디로부터 오는지, 그 본질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고객에게 구매의 부담을 덜어주고 영업사원에게 판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영업사원 관리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따라서 영업사원에 대한 관리와 교육은 그들의 현재 수준과 고민에 눈높이를 맞추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최용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yjc@ass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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