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딸과 골프만 바라보며 살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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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딛고 KLPGA 돌아온 안시현

굴곡이 심했던 20대를 보낸 안시현이 엄마 골퍼로 2014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9년만에다시메인스폰서를잡은그는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후회 없이 열심히 하겠다”고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굴곡이 심했던 20대를 보낸 안시현이 엄마 골퍼로 2014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9년만에다시메인스폰서를잡은그는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후회 없이 열심히 하겠다”고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가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 눈물을 쏟았다. 20개월 된 딸(그레이스) 얘기를 꺼냈을 때였다. 13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산 위스키업체 골든블루와의 메인 스폰서 계약식에 참석한 안시현(30)이었다. 그는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어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안시현이 누구인가. 19세 때인 200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나인브릿지 클래식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덜컥 우승했다.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졌다는 얘기를 실감할 만큼 벼락 유명세에 시달렸다. 그가 입었던 골프 웨어는 완판 행진을 계속했다. 미국 무대에 직행한 그는 2004년 LPGA투어 신인왕에 올랐다. 하지만 신데렐라 스토리는 오래 가지 않았다. 너무 어린 나이에 운동에만 매달렸던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면서 한눈을 팔았다. 훈련은 뒷전이 되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골프가 첫 번째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냥 또래 친구처럼 놀고 싶었다.” 2011년 방송인 마르코와 결혼해 이듬해 딸을 낳았지만 지난해 6월 이혼했다. 심한 굴곡 속에서 1년 8개월 동안 골프 클럽을 전혀 잡지 않던 안시현을 다시 필드로 이끈 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었다. “내게 딸은 하늘에서 주신 보물이다. 아기가 크는 모습을 보며 하루하루가 참 소중했다.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딸과 골프만을 생각하며 후회 없이 살고 싶다.”

안시현은 지난 연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드전을 통해 올 시즌 풀시드를 따냈다. 최근 불황 여파에도 메인 스폰서뿐 아니라 의류(푸마) 드라이버와 우드(코브라) 아이언(캘러웨이) 등의 계약도 매듭지으며 여전히 높은 상품성을 입증했다. 골든블루와의 계약 조건은 2년에 연간 3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요즘 그는 인천 친정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며 육아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오전 6시 딸과 함께 눈을 떠 하루를 시작한다. 딸과 더 있으려고 훈련은 짧고 굵게 한다. 다른 워킹맘처럼 나 역시 힘들 것 같지만 둘 다 잘하고 싶다.” 이날 행사를 마친 뒤 이모 집에 맡긴 딸을 데리러 떠난 안시현은 14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으로 동계훈련을 떠나는데 딸과 어머니도 동행한다.

2004년 이맘때 한창 상한가이던 안시현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 진출을 앞둔 그는 “‘안 된다고 포기하지 말자’ ‘노력하면 언젠가 된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덧 서른이 된 안시현은 10년 만에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안시현#골프#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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