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선수들 “크기 전엔 일본행, 크고 나면 중국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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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나도 중국 갈까 봐요.”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헝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대표 선수 중 유럽에서 뛰고 있는 1, 2명의 선수를 제외하고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는 김영권의 소득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김영권은 지난해 연봉과 수당 등으로 30억 원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K리그 최고 연봉은 15억 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국내 유망주들이 김영권에게 중국 진출에 관해 물어보는 일이 많다고 한다.

세계의 자본과 자원을 빨아들이고 있는 중국은 축구에서도 블랙홀처럼 유명 선수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 사랑과 맞물려 중국 구단들은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부동산 재벌 헝다가 운영하는 광저우 헝다는 다리오 콩카(아르헨티나), 엘케송, 무리키(이상 브라질) 등의 연봉으로만 약 200억 원을 쏟아부었다. 사령탑인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도 140억 원의 연봉을 받는다. 1년 구단 운영비만 약 1200억 원에 달한다. 국내 구단 몇 개를 운영할 수 있는 액수다. 한때 세계 축구를 주름잡던 니콜라 아넬카(프랑스)와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도 각각 160억 원, 170억 원의 연봉을 받으며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에서 뛰었다.

위상이 높아진 중국 슈퍼리그가 한국 무대의 주요 선수들을 놓칠 리 없다. 국내 프로축구 서울에서 3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던 데얀은 중국 장쑤 세인티로 이적했다. 연봉은 21억 원으로 서울에서 받던 연봉의 약 2배로 알려졌다. 홍명보호에서 주장을 맡았던 서울의 하대성도 올해부터 베이징 궈안에서 뛴다. 22세 이하 축구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일본 FC도쿄의 장현수도 광저우 부리로 팀을 옮겼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주며 돈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선수가 옮기는 것은 당연하다. 검증된 대표급 선수들이 중국으로 이적하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표급 선수들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면 그보다 어린 유망주들은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2011년과 지난해 U-20 월드컵에서 뛰었던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 백성동(주빌로 이와타), 최성근(반포레 고후) 등은 일본에서 뛰고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유망주들의 일본 진출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출전 기회와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는 K리그가 더 좋지만 많은 연봉과 함께 드래프트가 아닌 자신이 팀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망주들이 이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한국 축구대표팀#김진수#백성동#하대성#장현수#중국 슈퍼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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