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시장, 몸살 나겠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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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위 ‘애드빌’ 내달 한국 상륙
파나돌-뉴로펜 등도 본격시판 저울질… 국내 제약사들 ‘시장방어 전략’ 비상

“이 약은 언제부터 판매되나요?”

“가격은 어느 정도로 책정되나요?”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팜 엑스포’. 한국화이자제약이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이는 진통제 ‘애드빌’ 부스에 유독 많은 약사가 몰렸다. 이들은 약의 성분과 가격, 판매시기 등을 꼼꼼히 물어보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엑스포에 참가한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워낙 유명한 약이긴 하지만 이렇게 관심을 끌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애드빌은 미국 체류 경험이 있거나 해외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두꺼운 고객층을 확보한 진통제다. 한국에서 정식으로 생산되거나 수입된 적이 없지만 ‘도깨비시장’ 등을 통해 암암리에 유통돼 왔다. 이 약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다른 진통제 브랜드들도 속속 한국에 상륙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국내 진통제 시장이 본격적인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쏟아지는 블록버스터 의약품들

진통제는 의약품 가운데 사람들이 가장 자주, 많이 구입하는 품목 중 하나다. 글로벌 컨설팅·시장조사업체인 IMS헬스에 따르면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처방의약품과 처방 없이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있는 비처방의약품을 합친 국내 진통제 시장의 규모는 약 1220억 원(지난해 10월∼올해 9월 기준). 이 중 비처방의약품 시장은 682억 원 정도다. 지금껏 국내 진통제 시장에선 타이레놀로 대표되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주류를 이뤄왔다.

하지만 ‘이부프로펜’이 주성분인 애드빌이 다음 달부터 판매되면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해열·진통기능이 강한 아세트아미노펜과 소염·진통기능이 강한 이부프로펜은 세계 진통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성분들이다. 한국화이자제약은 2010년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애드빌이 1위 브랜드가 됐다는 점을 무기로 타이레놀의 아성에 정면으로 도전할 계획이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파나돌’도 판매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진통제인 이 제품은 유럽 호주 등지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레킷벤키저가 생산하는 이부프로펜 성분의 ‘뉴로펜’도 내년 하반기 중 국내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 긴장하는 국내 제약업계

한국 시장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매출 상위권을 기록한 비처방 진통제는 타이레놀, 게보린, 펜잘큐, 부루펜, 사리돈에이 등의 순이다.

IMS헬스에 따르면 이 시기에 1위 브랜드인 한국얀센의 타이레놀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2.1%가량 줄어든 데 비해 2위인 삼진제약의 게보린은 8.9%가량 매출이 늘며 1위를 바싹 추격하고 있다.

올해 4월 ‘어린이 타이레놀 현탁액’ 일부 제품에 포함된 아세트아미노펜의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판매금지 조치를 내린 것이 타이레놀 매출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진통제 브랜드들은 ‘절대강자’로 통했던 타이레놀의 매출이 주춤한 틈을 타 국내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진통제’들의 국내 상륙에 게보린과 펜잘큐 등을 만드는 국내 제약업체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진통제는 특정 제품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지정 구매’ 고객이 대부분이라 당장 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이슈가 됐던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부프로펜 성분 진통제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진 bright@donga.com·류원식 기자
#진통제#팜 엑스포#애드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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