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윤상호]뻥 뚫린 방공망,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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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명확히 얘기하지만 우리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에 가입하지 않는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최근 한국의 미국 MD체계 편입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국은 미국 MD체계에 참여할 여건이 안 되고, 수조 원에 이르는 관련 예산도 부담할 여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일각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와 미국 MD체계 참여를 연계한 ‘빅딜설’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독자적으로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AMD의 핵심은 구형 패트리엇(PAC-2) 미사일을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이 뛰어난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로 교체하고, 장거리(L-SAM)·중거리(M-SAM) 지대공미사일을 개발해 배치하는 것이다. 2022년까지 유사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할 수 있는 킬체인(Kill Chain)과 함께 KAMD를 구축하면 북한의 ‘핵도발’에 능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군의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벌써부터 KAMD의 실효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PAC-3 미사일의 최대 요격고도는 30km 안팎이다. 음속보다 6, 7배 이상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이 10여 초면 지상에 닿을 수 있는 고도다. 북한 미사일을 탐지, 식별해 PAC-3 미사일을 발사하기까지 요격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 우리 군에 주어진 대응시간은 단 몇 초뿐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서울 상공으로 낙하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직 한 번뿐이라는 얘기다.

PAC-3 미사일이 북한 미사일 요격에 성공해도 안심하긴 이르다. 요격 과정에서 북한 미사일에 실린 핵탄두가 폭발할 경우 열폭풍과 방사능 낙진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군은 PAC-3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한다지만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 대안 중 하나로 고고도 요격체계(THAAD) 도입 검토설이 보도되자 김 장관은 “검토한 바도 없고, 고려한 바도 없다”고 서둘러 진화했다. THAAD의 도입은 미국 MD 편입 수순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를 의식한 듯했다.

2020년대 초까지 장·중거리 요격미사일을 개발하겠다는 군의 장담도 낙관하기 힘들다. 첨단기술과 초정밀도가 요구되는 고성능 유도무기는 기술적 난제와 예산 부족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개발이 늦어지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몇 년 안에 핵탄두 소형경량화에 성공한다면 ‘뻥 뚫린 방공망’을 가진 한국은 북한의 ‘핵볼모’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른 걸까. 북한의 핵위협을 과소평가하고, 안일한 대응으로 시간을 허비한 정부와 군의 책임이 가장 크다. 지난 10여 년간 북한이 6자회담을 방패삼아 핵과 미사일 개발에 ‘다걸기(올인)’하는 동안 정부와 군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했다. 2000년대 들어 북한이 사거리와 정확도를 높인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실전배치하자 그제야 대북 요격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미국 MD 편입과 과다한 전력투자를 문제 삼는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닥치자 정부와 군은 능력이 떨어지는 중고 요격미사일(PAC-2)을 도입했다. 북한의 핵위협은 날로 가중되는데 한국은 부실한 방공망을 자초하는 ‘역주행’을 벌인 셈이다. 그 결과는 201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노대래 방위사업청장(현 공정거래위원장)은 “향후 10년 동안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해 실질적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지 않으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그렇다”고 시인해 파장이 일었다.

미국 MD 편입 논란이나 예산 타령을 반복하며 허술한 방공망을 방치하는 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와 군의 직무유기다. 더 늦기 전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할 수단과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한다. 북한의 핵위협은 국가의 존망이 걸린 사안이다. 더는 허송세월할 여유가 없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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