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머국회 - 폴리페서 - 철밥통 연금 사라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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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특권 내려놓기 첫발

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가 18일 국회 쇄신 4개 과제의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특권 내려놓기’를 위한 국회의원들의 제 머리 깎기가 19대 국회에서 현실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밥값하는 국회로?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는 말 그대로 해묵은 과제다.

지난해 5월부터 이어진 본보의 ‘밥값하는 국회’ 시리즈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국회가 갖가지 특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이에 호응하듯 여야는 지난해 대선을 거치면서 경쟁적으로 정치쇄신안을 내놨고 국회 상임위원회에는 이미 10개의 정치쇄신 법안들이 상정돼 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지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국회가 이날 ‘특권 내려놓기’를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은 최근 경제위기와 뜨거워진 ‘갑을 논쟁’ 속에서 자신들의 ‘특권’만 건드리지 않는 데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더이상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이날 조찬회동에서 의원 특권 내려놓기 법안을 우선 처리키로 합의한 것도 ‘소관 상임위원회에 조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한다’는 특위의 의견서 채택에 영향을 줬다.

특위가 이날 내놓은 △국회의원 겸직 금지 및 영리업무 금지 △국회폭력 예방 및 처벌 강화 △연로 국회의원 연금 지급 폐지 △인사청문회 대상 확대 등 4개 과제는 지난해 11월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던 정치쇄신특위에서 이미 합의했던 항목들이다. 7개월 전에 여야가 합의했던 내용을 이제 와서 구체화하는 것인 만큼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국회 폭력 사라지나

이날 여야가 합의한 네 가지 쇄신안 가운데 먼저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회 폭력에 대해 ‘의원직 상실’이 가능할 정도의 높은 처벌 조항을 두기로 한 것이다. 국회 본회의장에 전기톱과 해머, 쇠사슬이 등장하는 한국 국회의 수치스러운 모습에 대한 반성이라고 할 수 있다.

특위는 ‘국회 회의 방해죄’를 ‘국회법’에 신설해 회의를 방해할 목적의 폭력행위가 발생할 경우 국회의장은 고발을 의무화하고 그 고발을 취소할 수 없도록 했다. ‘국회 회의 방해죄’는 형법상 폭행죄보다 높은 형량으로 처벌받게 된다. 만약 국회 회의 방해죄로 벌금 500만 원 이상의 유죄가 확정되면 해당 의원은 즉각 의원직을 잃게 되고 최대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보좌진의 경우에도 벌금 3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연 퇴직하고 5년 동안 보좌진에 임용되지 못하도록 했다.

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그동안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폭력행위가 발생할 때마다 국민의 신뢰가 저하되는 문제가 있었지만 처벌 근거가 부족했다”며 “이 법안의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에서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특위 소속 의원들의 뜻”이라고 밝혔다.

○ 겸직 금지 어떻게?

특위는 논란이 많았던 폴리페서들의 ‘휴직’과 관련해 교수직은 의원 임기 시작 전에 반드시 사직하도록 했다. 변호사 자격이 있는 국회의원의 영리 목적의 사건 수임도 금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불이익’이 19대 국회의원들에게도 적용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특위 소속 의원들은 “현재 교수직을 갖고 있는 19대 의원들까지 소급 적용할지는 상임위를 거치면서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명분은 19대 국회가, 실제 불이익은 20대 국회부터’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각종 체육협회장 등을 국회의원이 맡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공익 목적의 명예직에 대해서는 국회의장이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예외적으로 허용키로 한다’는 조항을 둬 피해갈 길을 열어뒀다. 특위 소속 한 의원은 “각종 체육회장 등 공익적 성격이 있는 직위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심사를 받는 것을 권고할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얼마나 되는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자리’를 포기할지는 미지수다.

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인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특위안을 살펴보면 핵심 쇄신과제로 꼽히는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포기와 세비 삭감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미흡하지만 정치권이 이번에 합의안 네 가지 쇄신안이라도 과거처럼 흐지부지 넘기지 말고 반드시 법안으로 결과물을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길진균·권오혁 기자 leon@donga.com
#겸직금지#국회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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