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매각 단계마다 稅혜택… 벤처 ‘패자부활’ 생태계 조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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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벤처-창업자금 선순환 방안

정부가 15일 발표한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은 벤처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지원책을 마련한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창업 성공 확률을 높이고 실패해도 ‘패자 부활’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투자받기 힘들었던 초기 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증시 상장이 아니더라도 인수합병(M&A) 시장 등을 통해 투자금을 쉽게 회수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과거에는 정부 지원이 융자 중심이라 ‘코스닥에 가느냐 마느냐’가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했다”며 “이번 대책은 벤처기업에 대해 에인절투자를 늘리고 투자금 회수를 쉽게 만든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 투자의 선순환

한국의 벤처기업은 창업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세계 최고의 벤처기업들이 탄생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대부분의 기업이 투자를 받아 사업을 벌이지만 한국에서는 대표이사가 기업 대출에 대한 연대보증까지 서 가며 빚을 내 사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기 단계 기업은 위험하다며 모두가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게 창업가를 지원하는 에인절투자자다.

정부는 이번에 에인절투자자에 대한 각종 투자 관련 세제 혜택을 신설했다. 아이디어만 있는 창업 초기 단계의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에게 여러 혜택을 줘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라는 새 투자 방식도 연내에 제도화한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개인들이 몇만 원 정도의 소액을 모아 큰돈을 만들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초기 단계의 투자가 이뤄진 뒤에는 평균 10년이 걸리는 증시 상장을 제외하고는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실리콘밸리 등 해외에서는 벤처 투자자들이 벤처기업이 M&A 시장에서 매각될 때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우가 증시 상장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례보다 훨씬 많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런 M&A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세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7월에는 코스닥보다 상장 요건이 완화된 새 증시인 코넥스를 개장한다.

성공한 벤처기업은 신생 벤처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실패한 벤처사업가에게는 재도전의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도 마련된다. 정부는 성공 경험이 있는 벤처기업인이 사업 성공으로 얻은 부를 후배 기업에 재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1000억 원 규모의 ‘후배 육성 펀드’를 조성한다. 한 번 실패한 창업자에게 재도전 의욕을 불어넣기 위한 ‘재기 지원 펀드’도 1000억 원 규모로 운영한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고 성실하게 재기 노력을 벌이는 기업인을 지원해 실패의 경험을 사장시키는 대신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향후 5년간 벤처창업 생태계로 유입되는 투자자금이 당초 전망치인 6조3000억 원에서 10조6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벤처업계는 환영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벤처캐피털이나 동포를 국내 벤처캐피털 및 국내 에인절투자자와 동등하게 대우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해외 한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벤처기업을 해외에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또 한국에서 창업하고 싶어 하는 외국 인재들에게 주는 창업비자 제한도 완화된다.

이날 발표된 정책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와 벤처기업협회 등 국내 벤처업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하고 육성하는 창업인큐베이터 ‘패스트트랙아시아’의 박지웅 대표는 “창업 지원의 근본적 관점을 융자에서 투자로 바꾼 게 가장 큰 변화”라며 “오늘 발표된 정책으로 수많은 창업자가 실패의 두려움 없이 희망을 가지고 비전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벤처#창업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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