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수술이 끝났다. 아버지의 손바닥에 자그마한 뼛조각이 놓였다. 아들의 왼쪽 팔꿈치 속에 들어있던 것이라고 했다. 아들의 인대를 상하게 하고, 귀한 왼팔을 아프게 한 주범. 멍하니 바라보다 코끝이 찡해왔다.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실려 들어가던 아들의 모습. 차마 보고 있을 자신이 없어 자리를 피했던 터였다. 그러나 덩치가 산만한 아들이 수술을 받는 동안, 그보다 더 덩치 큰 아버지가 몰래 울었다. 아들을 낳고 처음으로 흘린 눈물이었다.
정작 아들은 단 한번도 아버지 앞에서 엉엉 운 적이 없다.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늘 인상 한번 쓰는 게 전부였다. 인천에서 서울 강남까지, 버스로 2시간20분이 걸리는 거리를 왕복하면서 재활할 때도 늘 묵묵했다. 부모도 그런 아들의 기를 살려주려 애썼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공 하나 던질 수 없어도 야구장에 데리고 갔다. 지방에서 게임을 할 때조차 그랬다. 새벽에 올라오는 한이 있어도, 동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게 했다. 아들의 몸이 나아가는 동안, 마음도 그렇게 튼튼해졌다.
또 한번, 아버지가 울컥했던 적이 있다. 아들이 고교 3학년이던 2005년.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 동산고가 우승했다. 학창시절에도 우승운이 없던 아들은 늘 ‘감투상’의 단골 수상자였다. 그런데 마침내 처음으로 우승의 감격이 찾아온 것이다. 친구들과 껴안고 좋아서 펄펄 뛰는 아들의 모습이 아버지의 눈에 깊이 박혔다. 울컥. 눈시울이 붉어졌다.
프로에서 한번도 우승해보지 못한 아들 류현진(25·한화)은 메이저리그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 가운데 하나로 우승을 꼽았다. 그때도 아들은 끝내 눈물을 참을까. 어쩌면 아버지 류재천 씨가 먼저 울어버릴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