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댐의 영화 까대기] 내가 살인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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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8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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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광고판이 되어드리리!

영화는, 들끓다, 들끓다 못해 더 이상 온기조차 남아있지 않은,
시리고 시리게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살해한 살인범보다,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자신이 더 죽이고 싶게 미운,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살인의 추억의 범인!
공소시효가 끝난 뒤, 스스로의 모습을 들춰내다!

과거 10명의 여인을 살해한 범인(이두석(박시후)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을 발간하고, 확인 할 길 없는 죄책감과 용서를 빌미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 사건은 세상뿐 아니라, 개개인 즉, 과거 그를 쫓던 형사(정재형)와 그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며 걷잡을 수 없는, 또 전혀 예측 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질주에 질주를 거듭하기 시작한다!

불현 듯! 살인의 추억, 추격자, 세븐 같은 영화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액션, 스릴러, 드라마가 절실하게 조합 된 이런 성역적 이미지의 영화를 본 뒤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기현상이다. 모방에 의해 반복적으로 겹쳐지는 이미지 얘기가 아니다.
이것은 순전히 창작으로 신생되어지는, 기묘한 동시에 무형적으로 맞닿아 이루어지는, 고차원적 ‘영화 탐험 신비의 세계’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디까지나 감독(정병길(우린 액션배우다!)의 빼어난 연출력에 의한 것이며 그 또한 이 피고생적 공로를 좀 더 세세하게 치하 받아야 마땅하나 사실 지금 나에겐 그럴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오해마시라! 각본과 연출은 거의 흠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며, 감독이 영화에 미친 영향이나 존재감이 모자라다는 뜻도 결코 아니다.

다만 이 영화는 배우의, 배우에 의한, 배우를 위한 영화다!
때문에 난! 그 어느 때보다 이들에 집중하기 위해, 온 기를 쓰려 한다.


우선, 이 영화엔 연기를 못한 배우가 없다.
다만, 누군가가 너무나 뛰어났기에 상대적으로 묻힌 배우가 존재 할 뿐이다.

그 중, 단연! 제일 먼저 언급해야 마땅한 배우는 김영애님이 맞다. 그녀의!

“살기어린 눈빛, 증오의 눈물, 복수로 흔들리는 미개하고 초연한 치떨림을 보며,
흡사 피 만난 살인자 보다 몇 배는 심오한 섬뜩함이 내 미간 사이로 파고드는 듯 했다!”

실로, 이런 거대한 연기를 대하는 내 미천한 표현이 행여 당신께 누를 끼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서지만, 고심하고 고뇌하여 길어 올린, 최선의 하지만 누군가에게 미루어야할, 결코 최고가 될 수 없는 이 낯부끄러운 글귀를 조심스레, 정성스레 읊조려 봤다.

다음 배우의 언급에 앞서! 이런 경지의 연기를 선뵈고도,
무려 세 번째까지 밀린 정재형님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한다.
하지만, 그저 청초하여 평이해 보이기까지 했던 이 신인 여배우(김민주 역(민지아)가 살인자의 얼굴에 혼선되듯 빙의해 선보인 혼절적 열연은, 최근 눈에 띠게 빈약해진 흐릿한 물 속 같은 내 기억에서 무참하게 내쳐진 한참 뒤에도, 아가미가 폐라도 되는양 생생하게 펄떡거리는, 흡사 신성함으로까지 비춰지는 신선함을 통해 전해진 전율적 파격에 나도 모르게 우선순위 따져볼 겨를도 없이 무의반사적 형태의 일환으로 손이 올라가게 되었음을 밝히며, 마침내 우리의 주연배우이신 정재형님께로 넘어가보자!

흔치않은 일이었다, 아니 희귀하고 또 희귀한 일이었다!
영화 내에서 꿈틀거리던 격정이 제아무리 격렬했다한들,
그것의 막이 내려진지 한참동안을, 그 끈기가 끊이지 않고 이 촘촘한 글귀 사이를 스멀스멀 비집고 악착같이 기어오르는 현상 말이다 그리고 다시금 되새기자면, 그 격정의 생존에서 비롯된 이 길고 긴 호흡은 어디까지나 명백히, 연극무대의 생동감과 3D의 입체감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듯한, 정재영이란 배우의 ‘장악무도’ 한 연기에서 비롯되었음을 몇 번이고 강조하고 싶다.

그 외에도 흠집 하나 없는 고운 자태로 그에 걸맞는 무결점 연기를 선보인 박시후.

언급하는 것조차 꺼려질 정도로 극성맞게 연기 잘한 살인마2.
(스포일러 때문에 이렇게 밖에 소개하지 못하는 점 무척 미안하다)

그리고 숙명적으로 얼굴을 보일 수 없지만, 영화의 실감나는 액션을 위해 목숨 걸고 몸을 던진 스탠트맨들에게도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P.S.
사실 이런 식의 판에 박힌 찬사의 허망함을 너무도 알고 있는 필자로써는, 이 영화에 대한 평을 냉정히 거둘까도 고심했었다 하지만 결국 난, 이 영화를 보기위해 관객이 극장으로 향하게 하기 위한 ‘광고판’이 되기를 기꺼이 자청하기로 결심했다.

이것은, 이 영화가 보여준 노력과 열정 그로인해 받은 감동에 비해 턱없이 떨어지는 내 표현력에 대한 자괴감을 이 토로적인 글로, 조금이나마 희화하기 위한 못난 이기심 때문이기도 하다. 부끄럽다. 많이 반성하겠다.^^;

사진|‘나는 살인범이다’ 공식사이트
글|영화평론가 까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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