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프랑스 좌파 정권이 맞이한 ‘진실의 순간’

동아일보 입력 2012-11-08 03:00수정 2012-11-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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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좌파 정권이 집권 7개월 만에 ‘우향우(右向右)’로 방향을 틀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는 6일 투자와 고용 촉진을 위해 200억 유로(약 28조 원) 규모의 기업 감세(減稅)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루이 갈루아 프랑스 국가경쟁력위원회 위원장이 “날로 추락하는 프랑스의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기업에 2년간 300억 유로(약 42조 원)의 사회복지 비용을 줄여줘야 한다”며 제출한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이다.

친(親)노조 성향의 올랑드 대통령은 올해 5월 집권한 뒤 연금 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0세로 환원하고 최저 임금을 2% 인상하는 등 국가경쟁력을 위해 단행했던 전임 중도우파 정부의 정책을 뒤집었다. 고소득자에게는 징벌적 세율을 75%까지 올려 소비와 투자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했다. 부자와 기업의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실업률이 10%를 넘어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프랑스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정부 전망치(0.8%)의 절반인 0.4%로 낮춰 잡고 “노동비용과 경직된 근로조건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이 없으면 이탈리아나 스페인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응급 처방을 선택했다. 기업 부담을 줄여 투자의욕을 북돋는 한편 부가가치세와 환경세를 올려 세수(稅收)를 채우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재무장관은 “지금이야말로 진실의 순간”이라며 “기업 감세로 5년간 일자리 30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새 정부가 집권 1년도 되지 않아 전임 정부의 기업 감세 및 부가세 증세 정책을 서둘러 뒤따라갈 수밖에 없을 만큼 프랑스 경제는 기업 투자가 절실한 상태다.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판매 저하, 0%에 가까운 성장률, 25%의 청년 실업률, 국내총생산(GDP)의 5%에 이르는 재정 적자가 프랑스 경제위기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프랑스 제조업의 시간당 임금은 유로존 국가 평균보다 20%나 높다. 그러나 근로자 노동시간은 주당 39.5시간으로 영국(42.2시간) 독일(40.7시간)보다 짧다. 지난해 프랑스의 무역적자는 700억 유로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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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 안에서는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명분으로 2000년 사회당 주도로 도입된 주당 35시간의 노동시간을 주당 39시간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개혁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기업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복지시스템 개혁은 내년으로 미뤘다. 고용과 해고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재계와 노동계의 대타협은 보이지 않는다. 평등을 지향하는 ‘큰 정부’에 익숙해진 사회를 세계화 시대에 맞춰 바꾸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기업 경쟁력 저하, 저(低)성장, 과중한 정부 부채의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의 프랑스는 ‘최상의 복지는 역시 일자리’라는 사실을 웅변하는 또 하나의 사례다. 우리나라도 유사한 위기에 놓여 있다. 세계 경기 침체로 대기업 영업이익률이 감소하고 기업 투자는 얼어붙고 있다. 내년 성장률이 2%대에 그칠 수 있으며 일자리 증가가 30만 개 아래로 떨어지는 ‘일자리 빙하기’가 올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고령화와 저성장에 따른 복지 지출 증가도 가파르다. 대선후보들의 포퓰리즘 공약이 두렵다.
#프랑스#좌파#올랑드#사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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