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스마트폰 세대, ‘무(無)개념’ 세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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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소년 사이에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학교의 의사소통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학생들이 친구, 교사와 소통하는 방법이 스마트폰 메신저 대화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스마트폰 메신저는 과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비해 요금 부담이 없고, 여러 사람과 더 쉽고 빠르게 대화할 수 있어 많은 학생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에 따른 환경 변화를 문화와 의식이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문화지체’ 부작용이 적지 않아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 스마트폰 계급…스마트폰 ‘계’까지 생겨


2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만 5∼19세)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최근 2년간 8배가량 급증했다. 2010년 12월 7.5%였지만 2012년 6월에는 67%로 늘었다.

인천의 한 여고 2학년 학급은 31명 중 30명이 스마트폰을 쓴다. 이 학급의 김모 양(17)은 “교실에서 몇 걸음 떨어져 있는 친구와도 메신저로 대화한다”면서 “담임교사의 종례도 스마트폰 메신저 단체채팅방에서 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스마트폰 계급’까지 등장했다. 고가의 최신 기종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친구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성능에 따라 10여 개 등급으로 나눠 △임금 △세자 △정승 △평민 △노비 등으로 서열을 정한다. 요금제에 따라 ‘신분’이 달라지기도 한다. 요금제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 데이터양이 달라지기 때문.

서울지역 고2 조모 군(17)은 “스마트폰을 최신 기종으로 바꾸기 위해 ‘스마트폰 계’를 만들기도 한다”면서 “기존 스마트폰을 인터넷 중고장터 등에 올려 판 돈에 ‘곗돈’을 합해 최신 기종으로 바꾼다”고 말했다.

○ 스마트폰 예절 실종…새벽 4시에도 메시지

최근 학생들의 스마트폰 메신저 사용이 급증하면서 당혹스러움을 호소하는 교사가 부쩍 늘었다. 경기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학생이 새벽 2시가 넘어서 스마트폰으로 질문을 하거나 새벽 4시에 스마트폰 게임 ‘애니팡’ 초대 메시지를 보내 잠을 깰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스마트폰 메신저는 전화나 문자와 다르다고 생각해 밤늦게 연락해도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메신저로 교사에게 ‘×나 힘들었어요’ ‘ㅇㅇ’(‘응’의 약자로 알겠다는 의미) 같은 비속어나 채팅 표현을 사용하거나 극히 사적인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많다.

충남지역의 중3 담임교사 유모 씨는 “‘와이프는 뭐 하는데요?’ ‘자식은 뭐 해요?’라는 식으로 사생활까지 다짜고짜 취조하듯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스마트폰 메신저로 교사에게 “저 지각해요”라고 통보하듯 말하기도 한다. 평소 스마트폰 메신저로 이야기하는 데 익숙한 학생들이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기 남양주시의 중학교 우모 교사는 “요즘 학생들은 스마트폰에서 대화하던 습관이 있어서 앞뒤 맥락은 생략하고 간략하게 자기 의사표현만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스마트폰 장점 살리고 부작용 줄이는 교육 필요

스마트폰 메신저에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학교폭력 문제로 생활지도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메신저는 교사와 학생들이 진솔한 소통을 하는 효과적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학생들이 얼굴을 보고 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메신저를 통해서는 쉽게 털어놓는 경향이 있기 때문.

직장일로 바쁜 학부모는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담임교사에게 학교의 주요 전달사항을 듣거나, 자녀에 대한 상담을 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스마트폰 메신저 프로그램 대화명이나 프로필 사진을 통해 학생의 심리상태를 짐작한다는 교사도 많다.

서울 강남의 한 고교 교사는 “스마트폰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 담배를 올린 학생을 보고 흡연사실을 알아내 지도했다”고 말했다.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소장은 “첨단 통신기기의 발달로 앞으로는 학교에서도 더욱 다양한 현상과 부작용이 생겨날 것”이라면서 “교사가 개인적으로 지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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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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