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두 다리’ 잃은 통진, 몸통 분리 가속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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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노총 지지 전면철회 파장

민주노총이 14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전면 철회하면서 통진당이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민노총의 결정으로 통진당의 분당 수순이 가속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10여 년 만에 통진당과 결별한 민노총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새판 짜기에 나섰다.

최대 지지기반을 잃은 통진당에선 두 정파의 갈등이 고조됐다. 전날 ‘진보정치혁신모임’ 수도권 보고대회를 연 신당권파는 이날 신당 창당 세몰이를 이어갔다. 최규엽, 정성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등 옛 민노당 지도부 17명은 기자회견을 열어 “혁신 재창당이 거부되면 2012년 대선 대응과 함께 새로운 노동중심의 진보대통합당 건설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구당권파와 함께 NL계(민족해방계열)에 뿌리를 둔 이들이 신당권파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6일 ‘당의 발전적 해소(해체)’를 천명한 강기갑 대표는 이날부터 울산을 시작으로 당원간담회를 여는 등 신당 창당에 대한 당내 지지여론 확산에 주력했다.

구당권파는 반격에 나섰다. 이상규 의원은 “통진당에 대한 부정과 사망선고를 전제로 하는 분당과 신당 추진은 ‘노동 없는 신당’ ‘참여계 들러리 당’에 그치는 것을 넘어 진보진영 전체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신당권파를 몰아붙였다.

구당권파는 민노총의 지지 철회에 대해 “충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거대한 민노총 조직에는 구당권파, 신당권파, 독자정당 추진층, 진보신당 지지층 등 다양한 구성원이 혼재돼 있어 어느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 어렵다는 것. 이상규 의원은 “민노총 차원의 기획 탈당은 없을 것”이라며 “구당권파는 현장에서 입당·복당 운동을 새롭게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민노총의 향후 행보도 관심사다. 앞으로 결정될 민노총의 새로운 정치방침이 노동계는 물론이고 야권을 비롯한 정치권에 미칠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당장은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나 연대 의사를 밝히지 않겠지만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 어떤 식으로든 지지하는 정치세력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민노총은 14일 새벽까지 11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에서 중앙 임원과 지역본부 및 산별노조 대표자 등 참석자 39명 가운데 27명의 찬성으로 통진당 지지 철회를 결정했다. 민노총은 “이번 결정은 당내의 어떤 세력이나 정파 간의 이해와 무관하다”며 “민노총의 정치방침 수립은 ‘새정치특위’ 등 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마련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특위는 5월 통진당 사태 이후 구성된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 특별위원회’를 말한다.

민노총이 새로운 지지 대상을 선뜻 정하지 못한 것은 통진당 분열이 민노총으로 번질 우려 때문이다. 지지 철회 결정이 알려진 뒤 민노총 홈페이지에는 ‘집단 탈당’까지 주장하는 찬성 측 조합원과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반대 측 조합원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미 구당권파와 신당권파가 개별적으로 민노총 산하 일부 산별노조 등에 지지를 요청하면서 내부 갈등을 겪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총 분열이 가시화될 경우 통진당 지지를 호소했던 현 김영훈 위원장 등에게 비판이 집중될 수도 있다.

민주통합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야권연대 대상으로 현재의 통진당은 배제한 뒤 “민주정당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정당이라면 야권연대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신당권파가 추진하는 신당이 혁신적 진보정당의 모습을 갖춘다면 연대하겠다는 의미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민노총#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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