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전 ‘맨발투혼’ 그곳…이번엔 ‘세리키즈’가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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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0일 07시 00분


■ 한국낭자 US오픈 6번째 우승컵

최나연, 생애 첫 메이저대회 정상 쾌거
10번홀 트리플 보기 위기 딛고 일어나
지난해 유소연 이어 한국인 2연패 감동


최나연(25·SK텔레콤)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제67회 US여자오픈(총상금 325만 달러)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최나연은 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 주 콜러의 블랙울프런 골프장(파72·6954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에 보기 2개, 트리플보기 1개로 1오버파 73타를 쳤다. 1타를 잃었지만 합계 7언더파 281타로 2위 양희영(3언더파 285타)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미 LPGA 투어 개인 통산 6승째다.

6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최나연은 메이저 대회라는 부담에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전반 9홀은 버디와 보기를 1개씩 주고받았다. 위기가 찾아온 건 10번홀(파5). 티샷이 왼쪽 숲 속 해저드로 날아갔다. 공을 찾으려 애썼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1벌타를 받고 티박스로 돌아가 세 번째 샷을 날렸다. 그러나 한번 꼬인 샷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러프를 전전하다 6타 만에 그린에 올라왔다. 2m 거리의 퍼트를 넣으면 더블보기로 막을 수 있었지만 이 마저 놓쳐 트리플 보기를 적어내고 말았다. 2위 양희영에 5타 앞서다 순식간에 2타 차로 좁혀졌고 앞으로의 상황도 속단할 수 없게 됐다.

큰 위기 뒤 최나연의 침착함이 돋보였다. 이어진 11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5m 붙이며 버디를 잡아냈다. 또 12번홀(파4)에서는 보기 위기를 파로 막아냈다. 위기를 넘긴 최나연은 15번과 16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내며 양희영의 추격에서 벗어났다.

US여자오픈은 한국 선수들과 유독 인연이 깊다. 그리고 매번 감동적인 우승 드라마가 펼쳐졌다.

1998년 박세리의 우승은 명승부 중의 명승부였다. 72홀 경기에 18홀 연장, 그것도 모자라 재연장으로 2홀을 더 치른 끝에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특히 18번 홀에서 양말을 벗고 하얀 발을 드러낸 채 연못에 들어가 샷을 했던 ‘맨발 투혼’은 한국인의 강인함과 끈기, 투지를 보여주는 명장면이었다. 당시 IMF 위기에 처했던 국민들은 박세리의 투혼에 감동을 받았다. 박세리는 이번 대회에서 공동 9위(4오버파 292타)로 선전했다.

두 번째 US오픈 우승은 7년 만에 나왔다. 2005년 김주연이 콜로라도 체리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에서 한국선수로는 두 번째 US여자오픈 정상에 올랐다. 71번째 홀까지 미국의 신예 모건 프레셀과 공동선두였다. 18번홀에서 친 두 번째 샷은 벙커에 빠져 우승이 멀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 벙커샷이 그대로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우승까지 연결됐다.

이후부터는 US여자오픈의 우승에 속도가 붙었다. 박세리를 보고 꿈을 키웠던 ‘세리 키즈’가 주역이 됐다.

2008년 박인비(24)는 19세 11개월 18일의 나이로 우승했다. US여자오픈 최연소 우승 기록. 1년 뒤인 2009년에는 지은희(27)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선두에 2타 뒤진 채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지은희는 마지막 홀에서 6m 거리의 극적인 버디를 기록하며 역전 드라마를 썼다.

2011년엔 유소연(22·한화)이 서희경(26·하이트)과 연장 혈투를 벌인 끝에 우승컵을 차지하면서 5번째 US여자오픈을 정복했다. 메이저대회에서 한국선수들끼리 치른 첫 번째 연장 승부였다.

최나연의 우승도 의미가 깊다. 1998년 박세리 신화가 탄생된 같은 장소에서 한국선수 통산 6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4년 전의 감동도 되살아났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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