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 황선홍(44) 감독은 얼굴은 붉혔지만 속으론 웃고 있었다. 포항과 서울은 1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미디어데이를 가졌다. 17일 열리는 K리그 16라운드의 출사표를 발표하기 위해서다.
먼저 말문을 연 황 감독은 “선두 서울을 상대로 반전 기회를 삼겠다”고 했다. 서울을 상대로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 최용수 감독(39)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최 감독은 14일 성남을 꺾고 “포항 원정을 홀가분하게 다녀오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이 황 감독을 자극했던 것이다.
황 감독은 “최 감독의 발언을 처음 들었다. 서울의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했던 말이겠지만,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사실이다. 홀가분하다는 얘기는 포항을 쉽게 생각하는 것이다. 얘기 듣고 울컥하는 게 있다. 승부는 승부다. 물러설 생각이 없고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최 감독은 수습에 나섰다. 그는 “연승을 하고 있고 선수들이 자신감에 차 있어 신나게 해줄 생각이었다. 경기 전까지 홀가분하게 준비하겠다는 발언이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황 감독은 얼굴을 붉혔지만, 최 감독의 도발을 기대하고 있었다. 황 감독은 14일 인천과 경기를 앞두고 서울전 얘기를 꺼냈다. 그는 “최 감독이 내일 기자회견에서 도발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선수들이 최 감독의 발언에 승부욕을 가졌으면 하는 취지. 포항은 선수들이 부진에 빠지며 15라운드 현재 9위(승점19·5승4무6패)에 처져있다. 시즌을 앞두고 우승 후보 중 한 팀으로 거론됐으나,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으며 고전하고 있다. 황 감독의 바람대로 선수들이 따라줄지 여부는 17일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