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실책 부르는 목동의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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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9일 07시 00분


목동 야구장. 스포츠동아DB
목동 야구장. 스포츠동아DB
일몰시 생기는 ‘푸른 블랙홀’의 정체는?

25일 목동 한화-넥센전. 4회까지 무려 9개의 삼진을 잡으며 호투하던 류현진은 5회말 첫 실점을 했다. 유격수 하주석의 실책성 플레이가 빌미가 됐다. 넥센 강정호가 친 공은 평범한 유격수 플라이였지만, 하주석이 타구를 놓쳐버렸다. 결국 2루타로 기록됐다.

다음 날 넥센 야수들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2루수 서건창은 “해가 질 무렵, 하늘이 순간적으로 짙은 파란색이 된다. 이 때 내야 뜬공이 나오면 순간적으로 하늘 속에 공이 들어가 버린다”고 밝혔다. 하주석의 실책성 플레이가 나온 시각은 오후 7시47분께. 경기가 열린 25일 서울의 일몰시각은 오후 7시43분이었다.

비단 목동에서만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넥센 3루수 김민우는 “올 시즌은 아니지만, 예전에 문학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LG 중견수 이대형 역시 해질 무렵 생기는 ‘푸른 블랙홀’의 존재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블랙홀 탈출법은 없는 것일까. 김민우는 “하늘의 색이 변할 때는 하늘을 수시로 바라보며, 달라지는 색감에 미리 적응을 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질녘 야수들이 고개를 위아래로 ‘까딱까딱’ 하는 것은, 그래서 베테랑의 노하우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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