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만우]“소득세 올려?” 佛 떠나는 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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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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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
경제학자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 간단하다. 코끼리가 냉장고에 들어있다고 가정하면 된다. 경제학에서 애용되는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ceteris paribus)’ 가정은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다. 세율 10%를 올리면 세수가 10% 늘어난다는 계산도 납세자의 ‘얼음 땡’을 가정한 억지다.

법인세 인하 국제적 추세에 역주행


선심성 복지 포퓰리즘 뒷수습으로 야권에서 세금 인상 대책을 내놓았다.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려 세수를 늘린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소득세 최고세율 38% 적용구간을 확대하고 법인세 최고세율 22%를 25%로 인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통합진보당이 내놓은 법인세 최고세율은 30%나 된다. 민주당은 소득세 1조 원과 법인세 2조8000억 원을 포함해 연간 20조 원을 상위 1%인 고소득층과 대기업을 상대로 더 걷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진보당 증액 목표는 소득세 2조 원과 법인세 12조4000억 원이다.

세계 각국 조세정책의 주요 타깃은 재정적자와 실업사태 해결이다. 재정적자가 심각한 남유럽과 프랑스는 세금 인상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세금 인상은 투자위축과 고용악화를 초래하고, 실업에 따른 복지수요 급증으로 다시 추가인상이라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미국은 실업사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는 방향을 취했다.

증세와 감세에 대한 납세자 반응은 빠르고 민감하다. 프랑스의 경우 4월 대선에서 좌파인 사회당 집권이 예상되자 소득세 인상을 우려한 부유층이 스위스, 벨기에 등 인접 국가로 대거 국적을 옮기고 있다. 프랑스인의 조세피난 목적 국적이탈은 2002년 영화배우 알랭 들롱과 2006년 록가수 조니 알리데의 스위스 이주로 유명해졌다.

미국의 경우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8%로 인하하는 버락 오바마 정부 개혁안이 발표되자 공화당 후보들은 25% 인하로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감세 분위기로 최근 미국의 투자 및 고용지표는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과거 높은 법인세율 때문에 생산시설이 해외로 대거 빠져나가 제조업 침체가 초래됐다는 반성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해외 이익을 미국 내 투자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세금감면법안이 통과되자 배당금이 대거 유입되는 민감한 반응이 나타난 것도 법인세 인하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됐다.

재정적자가 심각한 일부 유럽 국가를 제외하고는 세율 인하가 대세인데 우리나라는 정권심판론이 득세하면서 인상으로 방향을 틀어 역주행하고 있다. 과잉복지 축소가 국제 조류임에도 불구하고 복지 포퓰리즘으로 야단법석이다. 복지 확대를 위한 세율 인상은 목적과 수단 모두 시장경제의 해독(害毒)이며 순식간에 재정파탄을 가져올 위험요소다. 세율을 인상하더라도 생산시설과 소득원 해외이전 및 투자위축으로 세수가 오히려 감소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선심 공약이 복지기반 무너뜨릴수도


법인세 인상이 국내 투자와 고용에 미칠 영향도 심각하다. 국내기업 해외이전은 증가하고 외국기업 국내투자는 감소하기 마련이다. 국내 투자결정에서도 세후 현금흐름이 줄어드는 채산성 악화로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법인세율은 국제적 추세에 맞춰 인하하되 비과세 감면조항을 정비해 세제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정석이다.

일자리가 최상의 복지대책임은 명백한 사실이다. 일자리 확충을 위해서는 인건비에 가중치를 부여해 손금인정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과잉복지로 인한 남유럽 국가의 현재 진행형 위기를 지켜보면서도 복지와 증세 경쟁에 골몰하는 정권욕이 안타깝다. 세금을 올려 복지를 늘리겠다는 선심성 공약(公約)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려 최소한의 복지기반도 무너뜨리는 공약(空約)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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