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드림팀]<11>삼성서울병원 인공관절센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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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18명 최강 팀워크… 뼈 덜 깎는 정밀수술 유명

《 김모 씨(72·여)는 최근 엉덩관절(고관절)이 부러져 삼성서울병원 인공관절센터에 입원했다. 센터장인 박윤수 교수와 전문의들은 김 씨의 입원 당일 부러진 엉덩관절을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했다. 수술을 마치고 쉬던 오후 11시경, 박 센터장에게 긴급 호출 전화가 왔다. 병동 담당 간호사는 휴대전화를 통해 다급한 목소리로 박 센터장의 복귀를 요청했다. “김 씨의 호흡이 가쁘고, 맥박이 올라가고 있어요. 산소포화도도 급격히 내려가고 있습니다.” 수술 뒤에 폐혈관이 혈전에 의해 막히는 폐색전증이었다. 응급 수술을 하지 않으면 김 씨의 생명이 위급한 상태였다. 수술장 문은 닫혀 있었다. 》
삼성서울병원 인공관절센터팀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인공관절의 최근 치료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이 센터장인 박윤수 교수. 삼성서울병원 제공
삼성서울병원 인공관절센터팀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인공관절의 최근 치료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이 센터장인 박윤수 교수. 삼성서울병원 제공
박 교수는 곧바로 흉부외과 이영탁 교수 등 팀원과 수술장에 비상을 걸었다. 심야의 응급 수술로 김 씨는 목숨을 구했다. 박 교수는 “수술 후 생존율을 높이는 비결 중 하나는 밤늦은 시간에도 수술장을 다시 열고, 모든 팀원을 불러 응급 수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뒤 사망한 환자는 0.2%에 불과하다. 이런 사망률은 미국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제일 잘하는 곳으로 알려진 코넬대 부속 특수외과병원(HSS)과 비슷하거나 더 낮다. 인공관절 수술 이후 감염이 발생한 건수도 무릎의 경우 0.4%, 엉덩관절은 0.2%에 그쳤다.

○ 사전 진단으로 90대 환자도 수술

왼쪽 무릎 수술을 받기 위해 진료팀을 찾았던 최모 씨(75)는 심장 초음파 검사 덕분에 본인도 몰랐던 심장질환을 발견해 심장 수술을 먼저 받았다. 최 씨가 심장혈관 치료를 받지 않고 수술을 받았다면 인공관절 수술 이후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박 교수는 “최 씨가 개인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면 인공관절 수술만 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러다가 심장에 문제가 생겨 급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공관절 수술에서 사망률을 좌우하는 변수는 수술 전 사전 검사다. 환자가 인공관절 수술을 받기 전에 간경화나 심혈관 또는 뇌혈관 질환을 앓았다면 수술 후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

치료팀은 “인공관절 수술 이전에 고령자의 간이나 심장, 뇌혈관의 문제에 대해서 철저한 검사를 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수술을 받는다”고 말한다.

환자의 병력을 알아내는 정밀한 사전 검사 기법을 도입한 이후 90대의 건강한 환자도 거뜬하게 수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박 교수는 “수술 기술과 마취 실력의 발전으로 수술 이전에 초기 간경화를 앓았던 환자도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치료팀은 특히 엉덩관절 골절이 있는 80, 90대 노인 환자에게 수술을 강력하게 권한다. 나이 든 엉덩관절 골절 환자를 방치할 경우 골절 이후 1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30∼40%에 이른다. 주로 엉덩관절 감염으로 인한 폐렴 영양부족 욕창 요로감염에 시달리다 숨진다.

○ 수술 부작용과의 전쟁

치료팀은 노령자의 인공관절 수술 부작용을 막기 위해 10년 전부터 심장 초음파 검사를 수술 전 필수 검사 항목으로 도입했다. 심장 초음파로 심장혈관이 막힌 정도를 미리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수술 후 생존율도 높아졌다.

치료팀이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수술 때 생기는 관절 부위 감염이다. 다른 수술감염과는 달리 뼈 속에 생기므로 감염된 환자는 치료를 위해 한 달가량 입원할 수 있다. 감염 병균에 대한 치료 기간도 6개월 이상 걸린다.

특히 MRSA균과 같은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면 강력한 항생제 치료를 받기 때문에 환자는 약물 부작용과 그 예방 대책 때문에 병상에서 녹초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면 수술 후 회복 속도가 느려진다.

박 교수는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긴 관절전문병원에서 수술 시 감염에 소홀한 바람에 우리 센터를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 뼈 덜 깎는 정확한 수술

인공관절센터는 2008년 문을 열었다. 정형외과 전문의 8명을 비롯해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중환자실 내과, 류머티스 내과 전문의 등 18명의 전문의로 구성됐다.

박 교수는 “전문의들은 4년 이상의 진료 경력에 연간 100번 이상의 직접 수술 경험을 갖췄다. 팀원도 안전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짰다”고 말했다.

치료팀은 최근 인공관절 수술에서 내비게이션이나 로봇도 이용한다. 환자의 뼈를 덜 깎으면서 더욱더 정확한 수술을 하기 위해서다. 또 감염을 줄이기 위해 수술장 환경을 최첨단으로 만들었다. 국내에서 환경이 가장 좋은 A등급. 반도체 공장에서 칩을 만들 때 사용되는 내부 환경과 비슷하다. 수술장 1m³당 먼지의 개수가 100개 이하를 유지한다. 이를 위해 10억 원이 넘는 정밀 공기정화장치를 가동한다.

하철원 교수는 “인공관절 표면처리 기술과 수술 기법을 더욱 발전시켜 사람의 관절 전체를 인공으로 바꾸는 대신 관절 일부만 교환하거나 연골을 재생하는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인공관절센터 드림팀 명단 ::


△인공고관절=박윤수 센터장
△인공슬관절치환수술=서재곤 교수
△손 및 상지 외상 질환, 관절경, 미세수술=박민종 교수
△인공관절치환수술(고관절, 슬관절)=문영완 교수
△인공슬관절치환술, 무릎관절염, 무릎 관절경, 스포츠손상=하철원 교수
△족부, 발목관절질환, 발목관절 스포츠손상=성기선 교수
△어깨관절 및 관절연골 장애, 어깨뼈 골절, 관절경=유재철 교수
△무릎 관절경=왕준호 교수
△고관절(골절, 감염, 관절경), 하지외상, 골다공증=임승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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