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드림팀]<10>강동경희대병원 척추센터 치료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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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굽어 땅만 보다 10년 만에 허리 펴고 웃다

《 등이 심하게 굽어 땅만 보고 다녔던 이만우(가명·36) 씨는 지난해 강동경희대병원 척추센터에서 수술을 받고 10년 만에 허리를 폈다. 이 씨의 질환은 척추에 염증이 생겨 척추가 C자 모양으로 굳어진 강직성 척추염이었다. 척추의 심한 변형 때문에 이 씨는 앞을 보고 걸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척추 관절 대부분이 굳어 누워 있기도 힘들었다. 이곳저곳 병원도 많이 찾아다녔지만 “중추신경이 지나는 등뼈가 굽어 수술하다가 온몸이 마비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수술을 미뤄 왔다. 》
강동경희대병원 척추센터 치료팀이 한자리에 모여 강직성 척추염에 걸려 입원한 환자의 치료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치료팀은 수시로 만나 최적의 진단법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팀워크를 다지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강동경희대병원 척추센터 치료팀이 한자리에 모여 강직성 척추염에 걸려 입원한 환자의 치료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치료팀은 수시로 만나 최적의 진단법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팀워크를 다지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이 씨는 ‘이번 병원 방문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강동경희대병원을 찾아 척추센터 치료팀에 “부작용도 감수할 테니 수술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치료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척추 고정용 나사를 넣을 최적의 위치를 찾아냈다. 3시간에 걸친 수술은 성공이었다. 이 씨는 회복이 끝난 뒤 앞을 쳐다보며 걷기 시작했다.

이 수술을 집도한 김기택 교수는 강직성 척수염 수술만 400번을 시행한 경험을 갖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부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그는 정형외과 신경외과 마취과 재활의학과 한방침구과 전문의로 구성된 치료팀의 리더 역할을 한다. 그는 “강직성 척추염을 수술로 교정할 수 있게 된 것은 협진 체체 덕분”이라고 말했다.

○ 고난도 수술로 명성 얻어


강직성 척추염에 걸려 목뼈와 허리뼈가 심하게 휘어진 채 관절이 굳어지면 수술을 받기 어려워진다. 목뼈 변형으로 턱 관절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면 우선 수술의 첫 번째 단계에서 마취약을 입으로 투입할 수 없다. 허리뼈가 앞으로 심하게 휘어 있어도 의료진이 손대기 힘들어진다. 허리뼈는 환자가 엎드린 자세에서 치료할 수 있는데 심하게 휘어져 있으면 수술을 시도하기 어렵다. 등이 심하게 굽어 있는 환자에게는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최첨단 장비도 무용지물이 된다. 이런 장비에 환자의 몸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료팀은 오랜 수술 경험과 팀워크로 이 같은 난관을 헤쳐 나갔다.

치료팀은 2010년 2월 머리가 가슴 밑 명치끝에 닿을 정도로 허리뼈와 목뼈가 접힌 채 굳어 있었던 김재광(가명·52) 씨의 척추를 7개월간의 수술 끝에 고쳤다.

치료팀은 가느다란 내시경을 김 씨의 콧구멍을 통해 기관지에 고정시킨 뒤 산소와 마취가스를 넣어 전신 마취에 성공했다. 이어 김 씨를 의자에 앉혀 놓은 뒤 허리 수술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김 씨의 고관절도 뻣뻣하게 굳어 있어 의자에 앉힐 수 없었다. 치료팀의 전영수 교수가 고관절을 잘라낸 뒤에야 다음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고관절 수술이 끝나고 3주일이 지난 뒤 치료팀은 김 씨를 의자에 앉혀 놓고 목뼈 수술을 했다. 자칫 잘못하면 척추동맥이 터져 환자가 수술실에서 숨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세심한 손놀림으로 목뼈를 바로잡았다.

목뼈에 나사못을 박고 목을 바로 세우자 김 씨는 입을 열고 음식물을 마음대로 씹을 수 있었다.

목뼈 수술 이후에는 등뼈 수술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김 교수가 메스를 직접 들었다. 등뼈 수술은 2단계로 진행됐다. 먼저 척추경 절골술로 휘어진 척추 중심 부위 척추 마디를 쐐기 모양으로 잘라내고 등뼈를 50% 정도 폈다. 그 후 1주일이 지나 김 씨는 허리뼈를 거의 완전하게 폈다. 수술 마지막 단계에선 고관절에다 인공관절을 넣었다.

지난해 초 재활 치료를 끝낸 김 씨는 요즘 지방에서 농사를 지을 정도로 척추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 검증된 수술만 고집

2006년 6월부터 수술장에서 호흡을 맞춰온 치료팀은 뼈를 자르고 나사못을 고정시키는 교정 절골술에서 손발이 척척 맞는다.

교정 절골술에 능숙하려면 척추경절제술과 같은 기초 수술법과 다양한 응용 기술에 정통해야 한다. 뼈가 변형되는 위치와 형태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치료팀은 기초수술법 두 가지 이상을 조합해 뼈가 복잡하게 변형된 환자 41명을 수술했다.

치료팀은 고난도 수술을 끝내고 국제 학회에 치료 사례를 발표할 때마다 ‘척추예술(Spine art)’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렇지만 치료팀은 수술을 결정할 때 매우 보수적인 잣대를 댄다. 김 교수는 “환자들이 전문 병원과 같은 방식의 수술을 원해도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수술은 절대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권유받은 환자들에 대해서도 치료팀 교수들은 원점에서 수술 여부를 검토한다. 검증되지 않거나 불필요한 수술은 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원칙이다. 요즘 치료팀을 찾아 입원한 환자의 60%는 1주일간 통증 치료를 끝내고 대부분 퇴원한다.

○ 개인 역량보다는 팀워크 중시

치료팀에 속한 전문의는 정형외과 4명, 신경외과 3명, 재활의학과 1명, 마취통증의학과 1명, 한방 침구과 1명, 한방 재활과 1명 등 총 11명이다. 지난해까지 척추센터장을 맡았던 김 교수는 올해 신경외과 김성민 교수에게 센터장을 물려줬다.

김 교수는 “치료팀 개인의 의술도 센터 개원 이후 5년이 지나 평균적으로 향상됐기 때문에 치료 후 합병증 발생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지금은 개인 역량보다는 팀워크가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치료팀은 요즘 1박 2일 워크숍은 물론이고 주말이나 야간에도 ‘번개팅’을 통해 병원 주변에서 수시로 만나며 최적의 치료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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