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등반예약제 위해 탐방로 실태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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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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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 이달내 ‘마루금 탐사대’ 발족

백두대간 내 출입금지구역인 설악산 미시령∼마등령 구간. ‘출입금지’라고 적힌 경고판이 있는데도 이 구간을 등산하는 탐방객이 많아 흙이 파이고 길이 생겼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들이 훼손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백두대간 내 출입금지구역인 설악산 미시령∼마등령 구간. ‘출입금지’라고 적힌 경고판이 있는데도 이 구간을 등산하는 탐방객이 많아 흙이 파이고 길이 생겼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들이 훼손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환경부는 “올해 안에 백두대간(白頭大幹) 마루금 출입금지구역 등반을 ‘예약제’로 허용하기 위해 ‘마루금 탐사대’를 이달 안에 발족할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마루금은 산마루를 연결한 능선을 뜻한다. 탐사대는 환경부와 산악단체, 환경전문가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번 정부 방침에 “백두대간 탐방은 민족정기를 세우기 위한 일인데 예약까지 하는 등 등반조건이 너무 까다로운 것 아니냐”며 따지는 등산객도 많다. 실제 산악단체들은 그동안 백두대간 마루금을 전면 개방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 백두대간 등반의 문제점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금강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뻗어진 한반도의 중심 산줄기(총길이 약 1400km)다. 남한 쪽 백두대간 종주코스는 설악산∼오대산∼태백산∼소백산∼월악산∼속리산∼덕유산∼지리산 등 총 684km. 과거 소수 전문산악인만 이곳을 등반했지만 2000년대부터 ‘백두대간 종주’가 새로운 등산문화로 확산되면서 일반 등산객도 늘고 있다. 직장인 박재훈 씨(37·서울 은평구)는 “주말마다 조금씩 등반을 해 2년 만에 종주를 끝냈다”며 “주변에 ‘나도 도전 중’이라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매년 1만여 명이 백두대간을 종주할 정도다. 주로 주말을 이용해 2∼4년에 걸쳐 종주하거나 아예 장기간 휴가를 내 한 번에 완주한다.

문제는 백두대간 종주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 백두대간 마루금 중 247km(약 36%)가 국립공원 안에 있다. 이 중 79.9km(11개 노선)는 비법정 탐방로, 즉 법적으로 등반이 금지된 곳이다. 백두대간 마루금 산행을 통제하는 것은 생태계의 보고(寶庫)이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백두대간 구간 중 강원 고성군 향로봉∼평창군 진고개 구간(119km)을 조사한 결과 구렁이 매 한계령풀 둑중개 수달 참매 까막딱따구리 등 14종의 멸종위기종이 발견됐다. 기후 변화로 사라지고 있는 솜다리 만주송이풀 금강초롱꽃 만병초 등 야생식물도 많았다.

○ 오르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현재 백두대간 마루금 내 비법정 탐방로에는 ‘출입금지’라는 안내판과 함께 들어가지 못하도록 펜스가 쳐져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상당수 등산객은 펜스를 뛰어넘거나 개구멍을 만들어 비집고 들어가는 식으로 종주하고 있다. 또 새벽이나 밤에 몰래 등반을 하거나 샛길을 만들어 이동한다. 공단에 따르면 백두대간 불법출입 적발은 2008년 108건, 2009년 111건, 2010년 112건, 2011년 120건 등 매년 증가했다.

백두대간 생태 훼손도 심각해지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재작년 백두대간 마루금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설악산 미시령∼상봉 구간, 오대산 두로봉∼1210고지, 노인봉∼매봉, 월악산 마역봉∼하늘재, 마골치∼벌재, 지리산 음양수∼영신봉, 삼신봉∼배바위 등 백두대간 13개 구간(총 3만6520m²·약 1만1047평)에서 토양이 침식되고 나무뿌리가 드러났다. 이들 지역이 1∼2m 폭으로 깎여 나간 이유는 등산객들이 인터넷 동호회 등에서 사람을 모집해 최소 10∼20명 단위로 무리를 이뤄 백두대간을 등반하기 때문이다. 박선규 국립공원관리공단 홍보과장은 “사람이 밟아서 풀이 사라지고 흙이 딱딱해지면 원래대로 돌아오는 데 20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산악단체는 백두대간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안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려 갈등이 심화됐다. 백두대간 트레일 사업을 추진 중인 산림청도 백두대간 마루금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예약제가 성공할 가능성은?

이에 지난해 찬반 측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갈등해소센터의 중재를 받아 올해 백두대간 예약제를 시행하자는 중재안을 도출한 것. 마루금 탐사대는 다음 달부터 6월까지 비법정탐방로 11개 노선(79.9km) 중 6개를 현장 실사한다. 탐사대는 다수의 등산객이 출입했을 때 마루금 생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와 구간 내 멸종위기종, 희귀종 등 보호종 서식 상황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김철도 국립공원관리공단 자연보전처 차장은 “조사는 상반기 내로 끝내고 예약제 구간을 2군데 지정할 것”이라며 “하반기(7∼12월)부터는 적절한 예약 기간과 예약자 수 등을 연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두대간 종주를 대체할 노선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도 운영된다.

일각에서는 예약제를 운영해도 예약을 안 한 채 샛길을 통해 비법정 탐방로에 몰래 들어오는 탐방객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환경전문가들은 예약제가 안착되기 위해서는 예약제 관리 인프라 강화나 백두대간 마루금 종합 생태환경 조사 못지않게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0년 12월 발간된 정부의 ‘백두대간 보호지역 관련 갈등영향분석’ 보고서에는 “백두대간 비개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지 못해 갈등이 증폭됐다”고 나와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왜 보전이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예약을 하지 않고 불법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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