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정봉주 비키니 사진 보내기 운동에 여성들 “성희롱”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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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라 정봉주 국민본부’ 홈페이지에 한 여성이 정봉주 전 의원 석방을 기원하며 올린 ‘가슴 시위’ 사진(왼쪽). 연이어 올라오는 ‘가슴 시위 사진’에 대해 나꼼수 멤버인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이를 옹호하는 듯한 글을 올리자 대다수 여성 누리꾼은 “성을 상품화하고 여성을 희롱하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오른쪽은 소설가 공지영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가슴 시위 사건을 비판하며 올린 글. 나와라 정봉주 국민본부 홈페이지·트위터 캡처
‘나와라 정봉주 국민본부’ 홈페이지에 한 여성이 정봉주 전 의원 석방을 기원하며 올린 ‘가슴 시위’ 사진(왼쪽). 연이어 올라오는 ‘가슴 시위 사진’에 대해 나꼼수 멤버인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이를 옹호하는 듯한 글을 올리자 대다수 여성 누리꾼은 “성을 상품화하고 여성을 희롱하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오른쪽은 소설가 공지영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가슴 시위 사건을 비판하며 올린 글. 나와라 정봉주 국민본부 홈페이지·트위터 캡처
‘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니다.’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여성 비하 발언을 놓고 여성 누리꾼들이 분노하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일부 여성들의 ‘비키니 응원’ 사진이 공개된 직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여성 성(性)을 상품화했다”며 불쾌해하는 여성 누리꾼들의 항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21일 방송된 ‘나꼼수 봉주 3회’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고 부끄럽게도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있다. 그러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 보내기 바랍니다”라는 발언이 나가면서 시작됐다.

이틀 뒤인 23일 ‘나와라 정봉주 국민본부’ 홈페이지에 한 여성이 비키니만 입은 채 가슴에 ‘가슴이 터지도록 나와라 정봉주!’라는 문구를 적은 사진을 올렸다. 이 여성은 “타고난 신체적 특성 탓에 다소 선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점 미리 양해 부탁한다”는 글도 올렸다. 누리꾼의 폭발적 관심이 이어지면서 다른 여성들도 추가로 속옷과 비키니로 가린 가슴에 정 전 의원의 석방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적은 사진을 올렸다.

연이은 ‘가슴 시위’ 인증샷에 대해 대다수 여성 누리꾼들은 “정 전 의원의 석방과 가슴 노출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그동안 순수한 의도로 정치 활동에 참여해 온 여성을 희롱하고 성을 상품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나꼼수 멤버인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가슴응원 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는 메시지가 적힌 정 전 의원 접견민원인서신을 올리자 여성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화여대 동문 커뮤니티를 비롯해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나꼼수 멤버들에게 보내는 여성 팬들의 항의 메시지가 속속 올라왔다. 한 여성은 주 기자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나꼼수의 공개적인 시각적 성희롱에 대해 분노한다. 나꼼수를 위해 몸이라도 기꺼이 바칠 여자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었던 거냐. 대중적 인기를 앞세워 권력을 남용하는 나꼼수가 ‘가카’와 다를 게 뭐냐”고 항의했다.

[채널A 영상] “정봉주에 기대고 안철수에 얹혀가고…”


다른 여성은 “슬럿워크나 반모피 누드시위와 달리 정 전 의원 석방 운동은 누드이거나 야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이번 가슴 시위는 쇼맨십 이상의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파문이 커지자 작가 공지영 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나꼼수의 비키니 가슴시위 사건 매우 불쾌하며 당연히 사과를 기다립니다”고 적었다.

한편 나꼼수 팀은 29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정봉주 석방 촉구 신년음악회’를 개최했다. ‘어느 위대할 정치인을 위한 칸타타’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 음악회는 정 전 의원의 팬카페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이 주최하고 나꼼수 공연기획자인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가 기획자로 참여했다.

김어준 주진우 김용민 등 나꼼수 멤버와 이한철밴드, 김C 등이 출연해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음악회 티켓 한 장 가격은 2만5000원으로, 2000여 석이 사전 예약됐다. ‘나와라 정봉주 국민본부’ 대표인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 등 민주당 인사들도 참석했다. 한편 이날 김용민 씨와 공동사회를 보기로 돼있던 공 씨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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