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티어기술 탄생의 비밀]<중>심정욱 LS산전 연구원의 ‘초전도 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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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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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대란에 과다전류 제어 아이디어 ‘번쩍’

9월 정전 대란에 이어 최근 울산 정전 사태까지 올해 들어 정전사고가 잇달아 터지고 있다. 전기가 끊기면 일상생활이 한순간에 마비되는 만큼 정전은 현대사회의 새로운 ‘재앙’이다.

2001년 출범한 ‘차세대초전도응용기술개발사업단’은 해법으로 ‘초전도 한류기’를 개발하고 있다. 한류기는 벼락을 맞거나 고장이 생겨 평소보다 수십 배 많은 전류가 전선에 흐르면 순식간에 이를 감지해 전류량을 줄여주는 장치다. 한류기에 들어 있는 초전도체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

초전도 한류기의 실질적인 개발을 책임진 심정욱 LS산전 선임연구원(사진)은 “초전도 한류기가 상용화되지 않아 지금은 차단기를 쓰고 있다”면서 “차단기는 전력사고가 생겼을 때 0.005초 뒤에야 전류를 차단하는데 초전도 한류기는 이보다 50배 빠른 0.0001초 만에 이상 신호를 감지한다”고 말했다.

초전도 한류기의 원리는 간단하다. 초전도체는 정상 상태에서 저항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기준 이상으로 전류가 많이 흐르면 초전도 상태가 깨져서 도체가 되고 저항도 커진다. ‘옴의 법칙’에 따르면 전압이 일정할 때 저항이 커지면 전류가 적어진다. 비정상적으로 많이 흐르던 전류가 한순간에 조금 흐르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지름 10cm인 초전도체 박막 한 장 가격이 사업단을 시작할 당시 300만 원을 넘었다. 저항을 없애기 위해 초전도체를 영하 196도로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도 한류기 제작비용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심 연구원은 “초전도체가 워낙 비싼 게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이라면서 “경제성과 기능을 골고루 충족할 수 있는 초전도체의 적절한 양을 찾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사업단은 초전도체와 고속 스위치를 함께 사용하는 ‘초전도 복합형 한류기’를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고장전류를 감지하는 역할은 초전도체를 사용하되 이후에는 고속 스위치로 고장전류의 경로를 바꾸고 한류저항기에서 고장전류의 크기를 줄였다. 사업단은 2007년 2월 배전급(22.9kV급) 630A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고 작년에는 세계 최대 용량인 22.9kV, 3000A를 만들었다. 초전도 복합형 한류기는 폭 1.4m, 길이 3.5m, 높이 2.3m, 무게는 2t으로 ‘작은’ 편이다. 같은 용량급의 초전도 한류기는 20t쯤 나간다.

초전도 복합형 한류기 내부 모습.
초전도 복합형 한류기 내부 모습.
초전도 복합형 한류기는 올해 7월부터 경기 이천시 이천변전소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심 연구원은 “2008년부터 2년간 전북 고창군에 있는 한전 고창 실증시험센터에서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갖가지 고장실험을 했는데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며 “이천변전소 시범사업에서도 성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천변전소 시범 운영은 2013년까지 계속된다.

청주=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ym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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