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김마스터 ‘인디열전’] 서울이 아니면 우리는 실업자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0일 17시 04분


코멘트

●제주도 출신 데빌이소마르코(Devil_E_So_Marko)의 '한숨'
●지방뮤지션들의 힘겨운 타향살이, 그들의 귀향을 환영하며…

"나무 한 그루 외로이 외로이 그 아래서 나는, 난 눈을 감는다" - 낮잠 中

필자는 대구에서 25년을 살다가 실업자신세를 면하러 서울로 상경한 뮤지션이다. 어느새 서울 생활 십년이 넘었다.

대학 졸업 당시 음악에 투신할 것을 결정한 필자의 선택지는 대략 3가지였다. 밤무대로 진출하거나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음악을 관두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그만큼 지방에서 음악을 전업으로 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에 필자같이 서울에 올라온 이들을 만난 적이 있다. 남녀듀오그룹 '데빌이소마르코(Devil_E_So_Marko)'라는 독특한 명칭의 밴드는 지난 '유데이페스티발'을 준비하며 처음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1년 활동하며 달랑 노래 4곡이 든 앨범을 전하고 다시 제주도로 떠난다고 한다.

한국의 음반시장을 무척이나 척박하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튜브에 접속해 검색창에서 얼마든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다. 게다가 홍대 앞에 라이브 무대가 흔한 환경에 다들 그 흔한 동그라미 플라스틱을 종이포장지에 내려고 하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데빌이소마르코(Devil_E_So_Marko). 사진출처 유데이 페스티벌 카페
데빌이소마르코(Devil_E_So_Marko). 사진출처 유데이 페스티벌 카페

■지방 뮤지션들은 꿈을 갖고 서울로 상경한다

물론 CD의 효용도 분명히 있다. 흔히 말하는 업자들끼리 CD를 전달하는 의식은 왠지 모르게 기분 좋은 일이다. 마치 수입차가 판을 치는데 국산경차를 하나 뽑고서 기분좋아하는 소시민과 다를 바 없다. 실제 음악인들에게 CD제작은 최대의 경사 중에 틀림없다.

이들이 서울서 만들어 낸 앨범 제목은 '한숨'이다. DM케이스로 제작된 이번 앨범은 '데빌이소마르코'가 직접 디자인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재미있다. 고향으로의 복귀를 결정한 그들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가 '한숨'이었던 셈이다.

유데이페스티발은 올해로 두 번째다. 12월 3일, 127개 팀이 홍대앞 부근 17개의 장소에서 공연을 벌인다. 127개 팀이란 4인조 팝밴드 편성법으로 계산하면 무려 500명에 달한다. 절대로 적지 않은 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무명 밴드'이다. 이들 가운데는 부모나 친구 모르게 음악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그 중에 가장 놀라운 사실은 절반 이상이 서울토박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음악이 좋아서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등에서 모여든 이들이다. 더구나 '데빌이소마르코'는 해외(?)에서 건너온 탐라국청년들이다. 서른도 안 된 이들이 무엇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온 것일까?

필자가 활동한 대구에는 300만 명 이상이 살고 있지만 음악 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제주도는 조금 달랐다. 필자가 직접 가봤던 제주도에는 제주시청주변에만 두 개의 전문 음악연주 공간이 있었다. 블루힐, 엘리엇스체어…. 참고로 제주도는 불과 55만의 인구가 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음악 환경 만큼은 서울보다 나을수도 있다.

"별빛이 하나 두울 사라질 무렵에
아직 해는 뜨지 않은
촉촉한 구름이 내려앉은 허리가 굽은 길을 걷네, 걷네" -꿈꾸는 소녀 中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데빌이소마르코의 CD에는 단 4곡이 수록돼 있다. '낮잠', '걸리버', '기차', '꿈꾸는 소녀'가 수록곡 제목들이다.

그들이 일년간 서울에서 경험한 것들을 담았을 것이다. 직접 곡에 가사를 붙여 노래하는 이들이니까. 음악하는 이들 역시 세속적인 성공을 꿈꾼다. 무엇보다 방송 출연과 큰 무대에서의 공연 그리고 데뷔 앨범을 필두로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음반을 발매하며 부귀와 영화를 꿈꾼다.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아마 음악인이 되려고, 혹은 음악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꿈꾸는 삶의 정규과정이다. 유명세 좀 타며 거들먹거려 보고 싶고 외제차도 타고 하와이에서, 런던과 뉴욕을 넘나들고 싶다. 그러한 예비음악인들이 매일밤 공연과 녹음작업을 통해 세상과 맞닥뜨려 나간다.

그런 꿈을 공유하는 이들이 몰린 지역이 지하철 2호선 합정역과 홍대입구역 그리고 신촌역까지 불과 두 정거장 사이에만 수백, 수천 명이다. 그러나 그들은 제대로 소비 되지 못하고 있다. 기대가 큰 만큼 상처도 깊다.

소비도 공급도 애매한 서로의 눈치싸움 속에 세상에서 제일 빠른 인터넷을 넉넉히 쓰고 있는 한국. 오래 전부터 조동익, 장필순 그외 여러 음악인들이 제주를 향해 떠났다. 유행도 붐도 아니다. 1000만 서울시민들을 상대로 과연 몇 명이 음악인으로 살아야 잘 먹고 잘 살수 있을까? 반드시 음악인들은 서울에서 활동해만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일까?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개그방송에서 "4인 가족 한달 최저생계비가 475만원"이라고 말하는데 속칭 상위 1%를 제외한 음악인들 99%는 과연 어떻게 살고 있을까? 데빌이소마르코가는 어째서 다시 제주도로 떠나는 것일까? 앨범을 받아들고 집에 들어와 음악을 들으며 문득 생각이 든다.

서울에서 10여년이 넘어가는 필자가 음악인으로서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았는지 덩달아 생각해보게 된다. 음악인들, 특히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아직도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는 게 맞나요? 제주도에서 활동하면 어떤가요?

참, 데빌이소마르코의 음반은 1식3찬과 같이 소박한 포크음악이다. 듣고 나서 설거지는 직접 하시길….

김마스타 | 가수 겸 음악칼럼니스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