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부탁해]‘재능기부’ 김자호 간삼건축 회장 “치료실도 공부방도 내집 짓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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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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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재활병원 설계 ‘재능기부’ 김자호 간삼건축 회장

푸르메재단 어린이재활병원에 무료로 설계도를 ‘재능기부’하는 간삼건축 김자호 회장. 사무실 옥상에 마련된 직원용 카페에 설치된 조각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푸르메재단 어린이재활병원에 무료로 설계도를 ‘재능기부’하는 간삼건축 김자호 회장. 사무실 옥상에 마련된 직원용 카페에 설치된 조각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장애인만 편한 게 아니라, 비장애인도 편하고 서로 같이 어울려 지내도 불편함 없는 공간을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간삼건축은 인천시립적십자재활병원, 성남시 장애인종합복지관 등 10여 곳의 복지의료시설을 설계한 ‘베테랑’ 기업이다. 이번에는 푸르메재단 어린이재활병원 설계도를 만들고 있다. 설계도가 완성되면 ‘재능기부’를 할 계획이다. 금액으로 치면 3억5000만 원 정도다.

이 회사 김자호 회장(66)은 “국내 장애인 시설은 장애인에게는 편하지만 일반인에게는 불편하다”고 말했다. 화장실과 시설 칸막이 손잡이를 장애인 눈높이로 낮추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장애인에게만 초점을 두니 일반인들이 불편해서 못 쓴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어울릴 기회가 사라지는 셈이다.

김 회장이 구상하는 어린이재활병원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아이가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부도 해야 한다. 부모와 동생들도 상주한다”며 “과거에는 여관 방 여러 개 찍어내듯이 진료실과 입원실을 만들었지만 어린이재활병원은 ‘내 집’ 느낌이 많이 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간호사가 앉아 있는 차가운 느낌의 데스크는 배치하지 않을 계획이다. 복도와 복도가 만나는 부분은 부드럽게 처리하고, 오랫동안 아이가 병원에 다녀야 하는 만큼 어린이집과 놀이공간도 충분히 만들 예정이다. 여러 아이들과 보호자가 한방을 쓰더라도 커튼으로 구획을 치는 게 아니라 사생활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의사 집안 출신이다. 아버지도 의사였고, 4형제 중에 막내인 자신을 빼고 형 셋이 모두 의사였다. 어느 날 의사이면서 신부인 둘째 형이 “병원을 무료로 설계해달라”고 부탁해왔다. 얼결에 응했다. 1990년대 초반 세워진 수녀님 병원 ‘전진상’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후 김 회장은 고 김수환 추기경에게 감사패를 받았다. 김 회장이 “저 천당표 하나 주십시오”라고 농담을 했을 때 김 추기경이 “그런 거 있으면 저도 한 장 주십시오”라며 화답했던 추억은 재능기부에 대한 보답이다.

김 회장은 함께 일하는 오동희 사장과 여러 차례 외국의 아동병원을 둘러봤다. 아동병원과 노인요양시설, 장애재활병원이 몰려 있는 일본 지바(千葉)가 인상적이었다. 병원이 각각 나뉘어 있지만 서로 오갈 수 있도록 중앙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었다. 노인들이 여가활동으로 만든 꽃꽂이와 그림을 아동병원에 주기도 하고 아동 환자들은 무용발표회를 준비해 노인들 앞에서 공연했다. 서로가 서로의 치유를 돕도록 건축이 길을 터준 데 큰 감명을 받았다. 김 회장은 “장애인 시설을 반대하지 않고 동네사람들이 환자와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일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시설은 너무 열악했다. 병원 개보수 프로젝트를 따내려고 한 병원에 방문했을 때였다. 성인 침대 하나에 아이 둘을 눕혀 놓고 있었다. 한 아이의 발이 다른 아이의 얼굴 옆에 맞닿아 있었다. 부모들은 이런 병원이라도 입원실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굴렀다.

김 회장은 회사 이름인 간삼(間三)을 강조했다. 공간 시간 인간이란 뜻이다. 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이 인간을 생각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을 기대해 봄직하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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