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이문원의 쇼비즈워치]지드래곤 대마초 사건 대응, 한일 팬 모두 실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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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은 10월 초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은 10월 초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보이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의 대마초 흡연 사실이 알려져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동아닷컴 10월5일자 기사 '지드래곤, 日서 대마초 흡연…기소유예 판정 '충격''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회종 부장검사)는 5일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빅뱅의 지드래곤을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면서 "검찰에 따르면 지드래곤은 지난 5월 중순 경 일본에서 대마초를 피웠고, 지난 7월 검찰에서 모발 검사를 한 결과 양성으로 판정됐다. 지드래곤은 공연을 위해 일본 방문 중 모 클럽에서 대마초를 흡연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자백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드래곤이 '일본의 한 클럽에서 이름을 모르는 일본 사람이 준 담배 한 대를 피웠는데 냄새가 일반 담배와 달라 대마초로 의심이 들었지만 조금 피운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했다" "지드래곤이 상습 투약이 아닌 초범인데다 흡연량도 적어 마약사범 양형 처리 기준에 미달한 수준의 성분이 검출됐고, 대학생인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는 검찰관계자 변도 함께 전했다.

물론 같은 날 발표된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측 공식입장도 이와 대동소이했다.

▶일본방송에서까지 지드래곤 해명에 의문 제기

그러나 이 같은 입장은 곧바로 반박됐다. 쿠키뉴스 10월5일자 기사 '국과수 "지드래곤, 대마 두세 모금으로 양성 판정 힘들어"'는 국과수 마약분석과 관계자로부터 "보통 소변 검사는 5~10일 정도 내에서 대마 흡입을 했으면 양성 반응이 나온다. 상습 복용자의 경우 길게는 15일까지 몸에 남는다" "상습적으로 오래 흡입했으면 모를까, 두세 모금을 흡입했다고 해서 모발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는 의견을 얻어내 제시했다.

그러면서 "결국 국과수 관계자의 의견에 의하면, 지드래곤이 5월 중순 두세 모금 흡입한 대마가 7월 모발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나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한편 한국 사이버 마약감사단(전 경찰청 마약수사관) 전경수 단장 역시 10월8일 방송된 KBS2 '연예가중계'에서 "대마초는 한두 차례 피웠다고 해서 모발에서 양성반응이 나오기 어렵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권지용닷컴'이 곧바로 등장했다. 서울신문NTN 10월6일자 기사 '권지용닷컴 등장…지드래곤 대마초흡연 '의문점-루머정리''는 "'권지용닷컴'은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지드래곤의 대마초 흡연과 관련 발표 후 사건 '권지용 대마초 그 진실은?'이라는 타이틀로 개설됐다.

해당 사이트에는 지드래곤의 대마초 흡연 혐의를 다룬 기사들과 신상정보, 사건경위, 의문점과 루머 등이 정리돼 있다."면서 "특히 의문점과 루머 섹션에서 2009년 9월 한 포털사이트 지식인에 한 네티즌이 지드래곤이 대마초를 흡연한 것을 목격했다는 내용을 게재한 것을 캡처했다"고 전했다. 소위 '네티즌 수사대'의 집결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한편 이 같은 의문과 의혹은 빅뱅의 또 다른 무대인 일본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다. 제이피뉴스 10월6일자 기사 '빅뱅 지드래곤 대마초 日반응은 "비판적"'은 "5일 저녁 뉴스를 시작으로 6일 아침 와이드쇼, 일간지에 이르기까지 지드래곤 대마 흡연 사건은 비중 있게 보도되고 있다.

6일 니혼TV '슷키리'에서는 아예 이 날의 톱뉴스로 지드래곤 사건을 보도했다."면서 "'슷키리' 패널들은 "지드래곤과 소속사의 주장에는 너무 의심되는 부분이 많다"는 견해를 보였다.

MC를 맡고 있는 일본 유명 프로듀서 테리 이토는 "일본 클럽의 화장실에서 두세 모금 흡연했다고 하는데, 밀실에서 이루어진 일이 쉽게 알려졌다는 것도 이상하고, 보통 대마는 담배와 다르게 손으로 만 형태인데 그걸 보고도 담배인 줄 알았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연예인이 알지 못하는 사람한테 담배 같은 것을 받아 피운다는 것 자체도 이상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 측 입장'은 또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테리 이토는 "그의 주장은 한결같이 수동적이다. 일본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대마를 받았고, 그러다 흡연하게 되었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한 마디로 '일본에서 처음 보는 일본인에게 받았다'는 식 발언을 통해 모든 문제를 일본과 일본의 '위험한 문화'에 덮어씌우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다. 이에 '슷키리' 패널 석에서는 "일본의 어느 클럽에게 누구한테 받았는지 일본 경찰이 조사할 가능성은 없나"라고 묻는 구체적 수사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지드래곤 경우와 4년 전 계은숙 사건의 경우

물론 현재로서 이른바 '지드래곤 미스터리'가 속 시원히 풀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사실상 '끝난 사안'이기 때문이다. 권지용닷컴 등 네티즌 수사대 활동도 오래 갈 것으로 여겨지진 않는다.

그러나 일본방송에서 넌지시 제기된 문제, 즉 모든 책임을 일본과 알 수 없는 일본문화에 떠넘기려 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드래곤의 이번 사건은 언뜻 지난 2007년 일본서 활동하던 한국가수 계은숙의 각성제 소지 사건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지드래곤 대마초 사건은  2007년 일본서 활동하던 한국가수 계은숙의 각성제 소지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지드래곤 대마초 사건은 2007년 일본서 활동하던 한국가수 계은숙의 각성제 소지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계은숙 사건은 사실상 시시비비가 단순한 사건이었다. 연합뉴스 2007년 11월27일자 기사 '계은숙, 日서 각성제 소지 혐의로 체포돼'는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여가수 계은숙 씨가 각성제를 소지한 혐의로 일본 당국의 마약단속반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계 씨는 26일 저녁 도쿄 미나토 구에 있는 자택에서 압수수색에 나선 단속반에 체포됐으며 각성제의 입수 경위 등에 관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단속반은 계씨의 집안에서 비닐봉지에 담긴 각성제 0.6g과 유리로 된 각성제 흡인 파이프도 발견, 압수했다.

계씨는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 소지하고 있다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전했다. 그리고 다음해 5월 계은숙은 일본 출입국관리국으로부터 비자갱신을 거부당했다. 마약범죄 전과가 있으니 상식적인 행정 처리에 속했다.

그러나 이즈음부터 한국 미디어는 희한한 방향으로 상황을 끌고 나갔다. 스포츠조선 2008년 5월11일자 기사 '[특종] 계은숙, 日 강제추방…'23년만의 불명예 귀국''은 비자갱신 거부에 대해 '강제추방'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선택한 뒤 "계은숙의 한 측근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강제 추방 사실은 맞다. 하지만 엔카 가수로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그녀가 이런 사태를 맞이한 것은 억울한 면도 있다"며 "계은숙은 줄곧 일본인으로 귀화하라는 제의를 받아왔지만 이를 거부해 소속사로부터 눈 밖에 났고, 세무조사를 받은 소속사가 그녀에게 세금 포탈이란 누명을 씌우며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측근'이라는 불분명한 인물의 설명을 일방적으로 제시하며, 그냥 일반대중 감각으로도 상식적인 행정 처리에 대해 반일(反日) 감정을 자극하는 논조로 상황을 풀어낸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논조가 대다수 미디어에 곧바로 적용됐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확실히 '팔리기' 때문이다. 이른바 '반일 상업주의'다. 그리고 이 같은 '반일 상업주의'는 계은숙의 귀국 즈음해서 가히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아시아경제 2008년 8월6일자 기사 '계은숙 최측근, "조국이 따뜻하게 그를 보듬어줘야 한다"'는 또 다시 '최 측근'이라는 불분명한 인물을 통해 "일본에서의 차별도 각성제복용의 한 이유가 됐을 것"이란 설명을 내보냈다.

상식적으로, NHK 가요홍백전에 7회 연속 출연하고 전일본유선방송대상, 전일본가요음악제 등에서도 상을 받은 가수가 "일본에서의 차별"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포츠조선 2008년 8월7일자 기사 '[단독] 계은숙 '눈물의 고백'…"日소속사서 준 약이 각성제…"'는 이보다 더 심하다. 이번에도 계은숙 본인이 아닌, 계은숙이 심경을 털어놓았다는 한 '가요 관계자' 입을 통해 "일본 활동 중 계은숙은 소속사를 통해 두통에 좋다는 정체불명의 약을 건네받았는데 그게 바로 마약성분의 각성제였고, 점차 중독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미 계은숙의 집에서 각성제 파이프까지 발견된 터다. 파이프로 각성제를 흡입하면서 평범한 두통약이라 믿었다는 건 일반상식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계은숙 식 '국내용 반일 감정 자극 언론플레이' 가능성

이 같은 계은숙 보도의 문제점에 대해 '김치 애국주의(인물과사상사刊)' 저자 최석영은 저서에서 "나쁜 것은 일본 소속사이며 계은숙은 '피해자'가 되는 구도"라고 설명하며 "한국사회는 '피해자'에게 관대해서 계은숙이 일본에서 심한 대우를 받았다면 계은숙의 행동보다도 일본의 '차별'을 비난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상황이 그랬다. 이 같은 내용을 계은숙은 일본에서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최측근'이니 '가요 관계자'니 하는 사람들도 일본 미디어에선 '차별'이니 '소속사가 준 약'이니 하는 특종감 폭로를 한 일이 없다. 상당부분 일본 비자갱신 거부 이후 한국 활동을 재개하려는 시점에 쏟아낸 '국내용 반일 감정 자극 언론플레이'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지드래곤과 YG엔터테인먼트 측 해명 역시 많건 적건 이런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계은숙 건과 유사한 대목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첫째 '두통약인 줄 알고 흡입한 각성제'처럼 정황적으로 무리가 가는 '담배인 줄 알고 피운 대마초' 해명이 끼어있고, 둘째 '일본 소속사에서 준 약'처럼 일본 측이 제공한 마약류에 수동적으로 반응했을 뿐이라는 '일본 클럽 화장실' 해명이 등장하고 있다.

대충 '일본에서 당했다'는 식으로 나가면 한국대중 입장에서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계산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용 반일 감정 자극 언론플레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특히 모발검사 양성 판정 상황과 빅뱅의 일본일정은 날짜 상으로도 맞아떨어지는 구석이 없는데 굳이 일본이 언급됐다는 점, 상식적으로 담배를 얻어 피울 기회는 한국에서 훨씬 많았을 수밖에 없는데 YG엔터테인먼트 측 공식입장에서처럼 굳이 일본 클럽의 화장실 건을 떠올렸다는 점 등에서 더더욱 의구심이 일 수 밖에 없다.

어찌됐건 사실 관계와 상관없이 이 같은 해명의 결과는 사실상 최악이었다고 볼 수 있다. 계은숙의 경우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 계은숙은 이미 전성기를 훌쩍 넘긴 상태였다. 그러니 국내에서 어떤 식으로 어필을 하건 일본에 영향을 미치진 못한다.

그러나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지드래곤 같은 경우는 국내에서 말 한 마디만 해도 일본에서 대서특필된다.

'국내용'으로 먹힐 만한 언론플레이 또는 언론플레이성 대응이 '국내'에서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글로벌 스타'라면 보다 글로벌한 대응이 필요했다.

또한 국내에서조차 애초 이런 식의 대응이 먹힐 상황이 아니었다. 계은숙과 달리 지드래곤은 국내에 확고부동한 팬덤과 안티 팬덤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최전성기 연예인이다. 그만큼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비판적으로 주시하는 이들이 많고, 이들은 반일 감정이 유발될 수 있는 상황 등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비판적 입장을 취한다.

특히나 이번처럼 소속사 측 해명에 부실한 측면이 많은 경우 안티 팬덤의 반박과 반발은 말 그대로 '안티질'이 아니라 정정당당한 문제제기로 떠오르게 된다.

▶'억울하다'는 입장으로 마약 사건 극복한 연예인은 없다

결국 이번 지드래곤 사건에서 정작 주목해야할 부분은 마약 관련 '사건'이 터졌다는 점보다 이처럼 '사건'이 터지고 난 후의 대응방식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사실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마약 관련 사건은 꾸준히 발생해왔다. 조용필, 이승철, 주병진, 이현우, 신해철, 박중훈 등 사례가 많다.

그리고 이들 중 대부분은 사건이 터진 뒤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 다시 정상의 자리에 복귀했다. 그런데 그 살아남은 이들의 대응방식은 일목요연했다. 무조건적인 사죄와 읍소였다. 자기책임을 통감하는 내용들이었다.

지드래곤은 어쩌면 정말로 자신과 소속사 측에서 밝힌 것처럼 '억울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만 여기기에 과학적, 상식적 사실관계는 뒷받침돼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보다, 전례들에서도 볼 수 있듯, 무조건적인 사죄와 읍소, 자기책임 통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악재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었다. 적어도 일본 클럽 화장실의 미스터리어스한 일본인 탓을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설령 그게 사실이라 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지 않고, 국내는 물론 한류의 거점인 일본시장에까지 불쾌감을 전달, 양쪽 시장 분위기를 함께 망쳐버린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

연예인을 둘러싼 사건사고에 있어 그 대응방식은 시장상황과 분위기에 따른 전략적 선택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 전략적 선택을 끝끝내 거부한다면,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자유로운 영혼'이 아닐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 제발 상황을 제대로 다잡아 갈 수 있는 대응방식이 나오길 기대한다.

어쨌든 한국대중문화산업 전체로 놓고 봤을 때, 지드래곤처럼 될성부른 연예인의 몰락은 절대 상상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류 효과까지도 톡톡히 내주고 있던 연예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자신만의 문제라고 생각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물론, 자신만의 문제로 놓고 봤을 때도 이번 대응이 최악이었다는 점 정도는 이미 깨달았으리라 믿는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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