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단일화 뒷거래’ 파장]서울교육연수원장-연구정보원장 인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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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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郭, 법규정 어기고 외부공모… 측근 2명 산하기관장 앉혀

교육감선거에서 단일화 상대 후보에게 2억 원을 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법령을 어기며 측근 인사를 산하 기관장에 앉힌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이 측근 인사는 서울시교육청 외부 인사위원으로 자신이 채용된 기관장 공모 절차를 변경하는 데 직접 참여했다.

1일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이 입수한 서울시교육청 내부문건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올 7월 6일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를 열어 서울교육연수원장과 서울교육연구정보원장을 외부에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두 자리는 교장이나 장학관 출신의 교육전문직이 맡아왔지만 인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처음으로 교육연수원장에 송순재 감리교신학대 교수, 교육연구정보원장에 황선준 스웨덴 국립교육청 과장이 각각 선발됐다.

대통령령인 ‘개방형 직위 및 공모 직위의 운영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개방형 직위는 소속 장관이 지정할 수 있다. 교육감에겐 개방형 직위를 지정할 권한이 없다.

“찍지마”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월례조회를 소집해 입을 열려는 모습. 교육청 직원들이 취재를 막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찍지마”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월례조회를 소집해 입을 열려는 모습. 교육청 직원들이 취재를 막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는 인사위원회 회의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서울시교육청 담당공무원은 “교육전문직 자리를 개방형으로 채용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는 없다”면서도 “불가피하게 교육감의 의지에 따라 개방형 공모를 하는 것으로 안건을 올렸다”고 말했다. 한 인사위원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느냐”고 다시 묻자 담당공무원은 “근거가 미약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인사위원장인 임승빈 서울시부교육감은 “법률적으로 자문을 했는데 그렇게 해도 괜찮겠다는 의견이 50%”라며 “심도 있는 법률적 검토를 거쳐 오늘 상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논란 끝에 개방형 공모는 의결됐다. 하지만 인사위원회 회의에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법무법인 4곳에 교육전문직 자리를 외부에 개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률자문을 했지만 4곳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회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법 논란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담당자는 “과거 서울시교육청 조례로 개방직 공모를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사실을 인사위원회가 열린 뒤에야 알았다”며 “사실 인사위원회를 열 필요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의 승인을 받은 ‘시교육청 행정기구 설치 조례 시행규칙’에 따르면 교육연수원장이나 연구정보원장을 장학관이나 개방형 전문직으로 구한다고 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교육청이 개방형 공모와 관련해 사전에 협의한 적이 없다”며 “조례가 그렇게 돼 있어도 상위법에 어긋나므로 안 된다. 선거에 공이 있는 사람을 앉히기 위해 그랬다고밖에 볼 수 없다. 감사해야 할 사항이다”고 말했다. 법률자문 기관들도 서울시교육청 조례를 검토한 뒤 이 조례가 상위법령과 충돌해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교과부 장관이나 행정안전부 장관과 사전에 협의할 것을 조언했다.

선발 시험관리의 주체가 인사위원회인 상황에서 인사위원이었던 송 교육연수원장이 직접 개방형 공모에 참여한 것도 논란거리다. 인사위원회 회의 당시 송 연수원장은 “기존의 제도를 고수하는 것보다 현 교육감의 철학이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수원장직 개방을 적극 주장했다. 다른 인사위원이 “교장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고 반대하자 송 연수원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기가 저하되는지 말해 달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외부 면접위원 중 상당수는 곽 교육감과 가까운 인사들로 채워졌다. 곽 교육감 측에서 돈을 받아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 측에 전달한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도 외부 면접위원이었다. 송 연수원장 역시 지난해 교육감선거에서 곽 교육감을 공개 지지한 뒤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 인사위원에 잇따라 위촉되는 등 곽 교육감과 가까운 사이다. 송 연수원장의 면접점수는 424점으로 차점자(211점)보다 2배로 높았다.

송 연수원장은 “인사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할 때는 연수원장에 공모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며 “전형위원이 별도로 있어 인사위원인 내가 공모에 참여하는 게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권영진 의원은 “곽 교육감은 개방형 직위 탈법 채용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채용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각종 위원회에 곽 교육감을 공개 지지한 인사들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경선 교수는 곽 교육감 취임 이후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회 위원장과 지방공무원인사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는 자신이 곽 교육감에게 요구한 자리인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뿐 아니라 안전관리위원회 위원, 체육수련교육자문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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