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의 오늘] 1993년 ‘데미지’ 루이 말 감독 내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24일 07시 00분


사회적, 문화적인 정서와 규범 안에서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문제가 돌출하곤 한다. 가장 단적인 사례는 주로 대중문화 콘텐츠로부터 발생한다. 특히 해외에서 만들어진 콘텐츠가 국내에 들어왔을 때 전혀 다른 문화적, 정서적 차이로 인해 논란이 벌어지곤 한다. 그러나 핵심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의 문제일뿐이다.

1993년 오늘, 영화 ‘데미지’의 루이 말(사진) 감독이 내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자신이 연출하고 ‘퐁네프의 연인들’의 줄리엣 비노시와 할리우드 스타 제레미 아이언즈가 주연한 ‘데미지’가 한국에서 사회규범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수입금지 대상이 됐기 때문이었다.

‘데미지’는 한 여자를 사랑한 아버지와 아들의 파국을 그린 이야기였다. 파격적인 이야기로 1992년과 1993년 잇따라 수입금지 조처로 묶였다. 루이 말 감독의 내한 기자회견은 저명한 영화인이 자신의 영화가 한 나라에서 상영될 수 없는 상황에 직접 항의하고 나선 이례적인 일이었다.

루이 말 감독은 당시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았고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굿바이 칠드런’으로 그랑프리를 수상한 바 있는 명장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내가 진정으로 애정을 가진 한국에서 이 영화가 상영될 수 없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관객의 지적 판단력을 존중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심의기관인 공연윤리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 1994년 10월 말 영화사는 일부 장면의 수정을 조건으로 수입 허가를 받아 개봉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 비디오가 불법유통됐고 공륜의 처사는 원망을 사야 했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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