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개막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단독작가 참여하는 이용백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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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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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스스로를 깨고 편견 부수는 일”

6월 4일 개막하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관의 단독 작가로 참여하는 이용백 씨는 “생명력 있는 작가는 자기반성에 강하다”며 “늘 새로운 실험에 마음이 끌린다”고 말했다. 경기 김포시 작업실에 설치된 ‘엔젤 솔저’의 배경막 앞에 선 그가 ‘피에타’에 등장하는 조각을 들고 있다. 김포=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6월 4일 개막하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관의 단독 작가로 참여하는 이용백 씨는 “생명력 있는 작가는 자기반성에 강하다”며 “늘 새로운 실험에 마음이 끌린다”고 말했다. 경기 김포시 작업실에 설치된 ‘엔젤 솔저’의 배경막 앞에 선 그가 ‘피에타’에 등장하는 조각을 들고 있다. 김포=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살면서 올해 사진을 가장 많이 찍은 것 같아요.”

푸른 녹음에 둘러싸인 경기 김포시 월곶면 포내리 작업실을 찾았을 때 작가 이용백 씨(45)는 연초부터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6월 4일 개막하는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의 한국관(커미셔너 윤재갑)에 단독 작가로 참여하는 그에겐 요즘 경사가 겹쳤다.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휘트니미술관에서 영상, 사진컬렉션 위원으로 활동하는 마이클 제이컵스가 영상작품 ‘엔젤 솔저’를 구입했고, 중국 작가 팡리쥔은 미디어아트작품 ‘브로큰 미러’를 사들였다. 평단과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컬렉터의 주목을 동시에 받고 있는 셈이다.

김포가 고향인 그가 3년 전 주거공간을 겸해 새로 지은 작업장은 어수선했다. 한국관에 선보일 작품은 떠났지만 작업의 흔적이 널찍한 작업장 이곳저곳에 남아 있었다. 그는 꽃으로 장식한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퍼포먼스를 펼치는 영상 ‘엔젤 솔저’의 배경막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꽃 작가다. 현대미술 작가들은 아마추어 화가들이 다루는 소재라며 꽃을 외면하지만 나는 꽃을 소재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엄폐효과를 위해 군복은 야전 환경을 모방하는데 온 세상이 꽃이라면 군복도 꽃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꽃무늬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움직이는 퍼포먼스를 촬영했는데 아름다움, 기이한 공포와 긴장감이 느껴졌다.”

절정에 잠시 머물다 스러지는 꽃을 군복과 접목한 작업은 영상, 사진, 설치작품으로 분화하면서 한국의 분단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 ‘피에타’에서 배우다-자기 죽음

비엔날레에서는 ‘엔젤 솔저’를 비롯해 조각 설치 평면 등 10여 점을 선보인다. 이 중 조각 ‘피에타’는 그의 또 다른 대표작. 마리아가 죽은 아들을 끌어안고 슬픔에 잠긴 이미지를, 거푸집이 자신을 통해 태어난 완성본을 안고 있는 작품으로 재해석했다. 전통 조각에서 부산물에 지나지 않던 거푸집을 내세운 점이 독특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을 표현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죽음 아닌가? 실제의 나와 내가 기대하는 나가 일치할 때 꿈을 이뤘다고 표현한다. 우리가 꿈이나 목표를 포기하고 대충 슬렁슬렁 산다면 이 역시 죽음 아닌가. 나의 시신을 안고 있는 또 다른 나를 통해 현대인의 자기 연민과 자기 죽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낚시에 사용하는 인공 미끼를 그려 넣은 대형 그림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짚고 있다. “자연을 모방해 만든 인공 미끼가 진짜 물고기를 잡는 데 쓰인다. 삶에서도 짝퉁이 실재를 대체하는 것이 우리 현실 아닌가.”

○ ‘거울’에서 배우다-자기반성

홍익대 서양화과 졸업 후 독일로 유학을 떠났던 작가는 발표를 할 때면 생전 안 보던 거울을 들여다보곤 했다.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기 정체성에 던진 질문은 ‘브로큰 미러’로 이어졌다. 큰 거울 앞에 사람이 서면 별안간 거울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여기저기 금이 간다. 자신을 깨뜨려 새로운 나를 만드는 반성의 의미를 담아낸 작업이다.

그는 ‘생명력 있는 작가는 자기반성에 강하다’고 믿고 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 “한국에서 ‘하지 마라’라는 말로 자유로운 표현을 억누르는 교육을 받아서인지 자기 검열이 심했다. 유학시절 그런 금기에서 벗어났고 표현의 확장에 대한 관심은 폭넓은 작업으로 이어졌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작업에선 기술적 형식도 중요하지만 이는 철학적 사유를 담기 위한 그릇일 뿐이다. “예술이란 근본적으로 스스로를 해방하고 편견과 선입견을 부수는 작업이다.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도 그렇게 될 수 있게 해주면 더 좋고….”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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