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그 분’은 야구장에 얼씬도 않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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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7일 07시 00분


■ KBO 후임 총재 거론 ‘낙하산 A씨’는 누구?

공석이 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놓고 야구계 안팎에서 이전투구가 벌어질 조짐이다. 특히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으로 총재 후보로 급부상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 또는 중재하는 세력까지 등장해 향후 적잖은 파장이 우려된다. 각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KBO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졌다.스포츠동아DB
공석이 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놓고 야구계 안팎에서 이전투구가 벌어질 조짐이다. 특히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으로 총재 후보로 급부상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 또는 중재하는 세력까지 등장해 향후 적잖은 파장이 우려된다. 각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KBO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졌다.스포츠동아DB
관료 출신…국회 인사청문회때 낙마 경험
B구단서 적극지지…벌써 ‘선거운동’ 착수

11일 긴급 간담회…몇몇 구단선 거부감
야구해설가·전 구단주도 하마평에 올라


공석이 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정치권 출신 인사 A를 B구단이 주축이 돼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돼 거센 논란이 벌어질 조짐이다.

유영구 전 총재에 대해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3일)되기 무섭게 차기 총재를 노리는 예비 주자들의 발빠른 행보가 감지되고 있고 이전투구의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히 정치권의 A 인사를 새 총재로 옹립하려는 구체적 움직임도 내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불가피해 보인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아 성대하게 기념행사까지 치른 한국프로야구지만 ‘낙하산 인사’의 관행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A 외에 자천타천으로 해설가 등 야구계 내부인사와 전 구단주 출신 인사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다음주 예정에 없던 이사간담회(비공식 사장단 모임)가 열리는 등 KBO 총재 선임을 놓고 급박한 움직임은 A와 B구단의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

● KBO 총재는 정치권의 전리품인가?

총재가 공석이 될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낙하산 정치권 인사’의 ‘KBO 접수’다.

이번에도 예외 없이 구체적 실명까지 언급되며 정치권 인사 A가 새 총재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기에는 평소 비전 없는 팀 운영으로 팬들의 지대한 원성을 사고 있는 B구단이 연루돼 있다.

B구단이 A를 새 총재로 적극 지지하고 있음이 복수의 타 구단 관계자들을 통해 6일 확인됐다. B구단이 밀고 있는 A는 관료 출신이지만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결함이 지적돼 자진사퇴한 전력을 지니고 있다.

유영구 전 총재가 개인비리 혐의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한 마당에 역시 개인적 결격 사유가 공개된 A가 차기 KBO 총재로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다.

유영구 전 총재까지 역대 KBO 수장으로는 모두 11명이 재임했다. 그 가운데 정치권 인사는 모두 9명. 12∼14대 박용오 전 총재(작고)와 17∼18대 유영구 전 총재만이 야구계에서 자율적으로 선출한 ‘민선’ 총재였다.

특히 2008년 12월 신상우 전 총재가 중도사퇴한 뒤 유영구 전 총재가 추대되는 과정에서도 ‘무임승차’를 시도한 또다른 정치권 인사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총재 인선에 개입하는 난맥상이 초래된 바 있다.


● KBO는 어디로?

KBO는 17일 각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이사회를 소집해 차기 총재 선출 시기와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여기에 발맞춰 A를 옹립하려는 B구단도 ‘사전선거운동’에 착수한 상태다.

KBO 관계자는 6일 “정식 이사회는 예정(유영구 전 총재가 구속되기 전 KBO가 계획한 일정)대로 17일 소집한다”며 “그 전에 사장들 간에 자연스럽게 (차기 총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2일 이사회 구성원들간의 골프모임을 하루 앞서 11일 이사간담회가 잡혔을 정도로 상황이 긴급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식 이사회에 앞서 이사간담회에서 B구단이 새 총재로 A를 제안하고 동의를 구하는 형식이 예상된다.

그러나 B구단의 시도가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유영구 전 총재의 추대 과정에서 적잖은 외압과 그에 상응하는 진통을 경험해본 구단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적임자를 물색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하는 만큼 당분간 총재직무대행체제로 KBO를 운영하자’는 시각이다.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벌어보자’는 이 입장에는 전광석화처럼 A를 새 총재로 추대하려는 B구단의 움직임을 견제하는 속내도 담겨있다.

● 총재의 자격은?

야구계 내부든, 외부든 출신배경이 총재의 자격을 규정할 수는 없다. 야구계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선결조건이어야 함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평소 야구장 근처에 발걸음 한 번 내비치지 않던 인사들이 ‘보이지 않는 손’을 동원해 KBO 수장으로 ‘입신양명’해선 곤란하다.

특히 정권 말기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탓에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총재를 뽑아놓으면 가능한 시나리오는 ‘악순환의 반복’뿐이다. 제9구단 엔씨소프트의 안착과 제10구단의 원만한 창단, 지방구장의 현대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새 총재는 최소한 임기의 연속성을 기대해볼 수 있는 인물이 낫다. ‘낙하산’보다는 ‘민선’ 총재가 적합한 이유다.

정재우 기자 (트위터 @jace2020)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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